BTS 뮤비 속 그 곳, 한때 연예인 아파트로 불리던 건물의 정체
BTS "I NEED U" 뮤비 속 촬영지/빅히트 |
방탄 소년단을 대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노래 "I NEED U"는 BTS의 대표적인 히트곡 중에 하나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등장하는 한 장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허름한 외벽과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신기한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모습이지만 이 건물이 위치한 곳은 서울이라고 합니다. BTS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 속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아파트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 2번째로 오래된 아파트
지하 1층, 지상 6층 동대문아파트
'□'모양의 중앙정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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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2번째로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들 중 하나인데요. 1965년 대한 주택 공사가 건축한 지하 1층 지상 6층의 ‘동대문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중앙이 뻥 뚫려있는 ‘□’자 모양의 중정, 중앙정원 아파트라는 것인데요. 서울에서 중정 아파트는 동대문 아파트가 최초라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아파트/네이버 지도 |
이 때문에 아파트를 올려다보면 층마다 여러 개의 줄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마주 보고 있는 세대끼리 도르래를 설치해 이를 당기면서 공중에 빨래를 널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중앙 정원에는 장독대를 놓고 함께 쓰기도 하는데요. 또 양측 세대를 이어주는 중앙 복도가 있어 주민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모습은 요즘에는 보기 힘든 점입니다.
한때 연예인 아파트 별명, 지금은?
당대 최고의 연예인들이 거주하기도
독특한 구조의 1세대 고급 아파트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로 불렸다. |
한때 사람들은 이 아파트를 ‘연예인 아파트’라고 불렀는데요. 실제로 코미디언 고 이주일과 배우 백일섭,명계남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들이 거주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동대문 아파트는 서울에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던 1960년대에 지어졌는데요. 당시에는 자연 채광을 그대로 받는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구조로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유럽의 아파트를 모델로 삼아 지어진 1세대 고급 아파트 중 하나였죠.
영화 '숨바꼭질'과 '세븐데이즈' 속 동대문 아파트의 모습 |
지금은 BTS의 뮤비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문화 공간이 되었는데요. 이곳은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낡고 허름해졌죠. 그 때문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나 뒷골목이 연상되는 영화 속 장면에서 많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숨바꼭질’, ‘세븐데이즈’와 같은 스릴러 영화와 ‘베테랑’ 속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죠. 옛 정취가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진가들에게 사랑받는 출사 장소이기도 합니다.
가치인정받아 서울 미래유산 지정
위험시설물로 평가되어 철거위기
보수공사통해 외관 수리된 상태
보수공사 전후 아파트의 모습 |
현재 '동대문 아파트'는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요. 서울 미래유산은 서울 내에서 가치가 있는 근현대사 유산을 문화재로 정한 것입니다. 1993년에는 위험시설물로 평가받아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2007년에는 낙후된 시설로 재개발구역으로 선정되기도 했었죠. 시에서 이를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예산 문제로 보류되고 말았죠. 2015년 종로구의 지원을 받아 보수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은 외관이 수리된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수도세 미납으로 전체 단수가 되기도 한다. |
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되었는데요. 수도 계량기가 아파트 전체에 하나밖에 없어, 몇몇 세대가 수도세를 내지 않으면 집 전체가 단수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관광객과 촬영으로 인해 소음 문제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에 서울시는 직접적인 지원 혜택은 없지만 홍보 지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과연 모든 입주민들이 환영할만한 혜택일까 싶습니다.
누구나 좋은 곳에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갔던 곳,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등장한 멋진 곳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곳이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어떨까요? 집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가장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죠. 관광을 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 김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