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은 기본’ 전화 한 통에 소송까지 당하는 극한 공무원 직렬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을 쫓는 형사로도 비유된다. / hani |
일명 ‘꿀 직업’,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자주 비판받고 있는데요. 노동 없이 대가만을 탐하는 이들과 달리, 최근 들어 ‘극한 직업’으로 불리며 24시간이 모자란 공무원 직렬이 있습니다. 바로 역학조사관입니다.
CCTV, 스마트폰으로 동선을 추적하는 역학조사관들, |
보통 역학조사관들의 업무에 대해 확진자의 동선 조사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죠. 특정 질병의 원인, 확진자의 상황, 전파 경로, 추가 유행 등을 의과학과 통계학을 토대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질병 유행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입니다.
응시 요건은 전문 임기제 가급과 나급으로 구분되는데요. 전문 임기제 가급의 경우, 의사 면허증 소지 후 관련 분야 6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경력자여야 합니다. 전문 임기제 나급은 의사 면허증 소지 후 관련 분야 2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경력자여야 하죠. 나급의 학위 요건은 임용예정 직무 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해당 분야의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영국 BBC 뉴스 코리아판이 지난 29일 유튜브에 게재한 ‘코로나를 쫓는 사람들’ 영상. 경기도 역학조사관 김범수 씨와 김재현 씨. / BBC KOREA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KBS |
보통은 일반 의사를 역학조사관으로 채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대부분이 공중보건 의사와 역학조사관 교육을 받은 공무원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닌 대체 교육을 수료한 공무원들이 역학조사관 업무를 대체할 수 없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NO’라고 답합니다. 사례 분류를 비롯한 역학조사관들의 업무는 감염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환자의 임상증상을 파악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대구에 파견됐던 공중보건의들. |
전문 역학조사관 채용이 어려운 건 다름 아닌 재정 때문입니다.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의 상당수 기초단체는 열악한 재정 여건상 신규 인력 1명을 채용하면 총액 인건비 제도에 걸려 기존 공무원을 줄여야 하죠.
국비 지원이 없는 데다 총액 인건비, 정원 제한까지 걸려있는 상황이다 보니 전문 임기제 역학조사관을 뽑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료과목별 의사 평균 연봉 금액 / dailymedi |
이렇다 보니 의사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굳이 ‘전문 역학조사관’에 지원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인사혁신처에서는 코로나19 종식까지 한시적으로 역학조사관을 원활하게 충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는데요. 현재 연봉 하한액의 150%까지만 자율적으로 책정 가능한 연봉 수준을 200%까지 책정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 한시적으로 초과근무 한도를 확대해 보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10년이 지나도 역학조사관 신분으로 일반 공무원에게 지휘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 결과 대부분 감염 내과 전공자는 모두 대학에 있고 질병관리본부에도 남아있는 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급여, 처우, 승진 등과 관련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전문’ 역학조사관 충원은 제2의 코로나, 메르스 사태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