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외항사 승무원이 돌연 퇴사하고 선택한 두번째 직업
요즘 연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운동을 꼽자면, 단연 '필라테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물론 체형 교정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스포츠 선수들도 애용하는 운동이죠. 그러나 수요 증가로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필라테스 강사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무나 하는 거 아니냐'며 직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필라테스 강사를 제2의 직업으로 삼은 이가 있습니다. 전직 승무원 출신의 김가희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부종'으로 고생했던 승무원 시절
김가희 강사의 꿈은 다국적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 자신 있었기에 영문학이라는 자신의 전공과 잘하는 것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직업, ‘승무원’에 관심이 가게 되었죠. 그렇게 국내 메이저 항공사부터 차근차근 지원해 나갔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 돌아온 건 불합격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지원했던 중국 동방항공에 막힘없이 3차 면접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최종 합격까지 거머질 수 있었죠.
그러나 그녀는 입사하자마자 ‘중국어’라는 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면접을 봤었기 때문에 중국어 회화는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 2~3개월은 밤을 새우면서 중국어 공부에만 몰두했습니다. 스파르타 식으로 중국어를 습득하고 나니 중국 크루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근무하다 보니 간혹 문화 차이를 느낄 때도 있었는데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김가희 강사를 괴롭힌 건 언어도 문화 차이도 아닌 신체적 변화였습니다. 근무 초기에는 신입 승무원으로 해야 할 업무가 많아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었죠.
“몸이 빨리 지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장시간 비행과 자극적인 음식으로 매번 부종에 시달렸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PT를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김가희 강사는 매일 아침 7시에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비행을 마치고 왔을 때도 운동은 절대 빼먹지 않았는데요. 그녀는 운동 덕분에 전보다 더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김가희 강사는 20세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습니다.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죠. “운동은 제가 꾸준히 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흥미를 갖게 되었죠. 승무원이 된 이후에는 유동적인 스케줄을 핑계 삼아 운동을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강사부터 머슬마니아 퀸이 되기까지
4년간의 승무원 생활을 마친 그녀는 필라테스 강사를 두 번째 직업으로 택했는데요. 운동 관련 직업을 늘 꿈꿔왔었지만 그저 취미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원래는 퇴사 이후 승무원 경력을 살려 CS 쪽을 준비하려고 했죠.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다짐 끝에 막연히 꿈꿔왔던 필라테스 강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종목 중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녀는 ‘향후 전망이 좋은 운동’이라 답했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반인 현대인들의 근육은 수축될 수밖에 없는데요. 필라테스는 몸을 이완시키는 운동이기 때문에 그런 현대인들의 몸을 바로잡아주는 데 아주 탁월합니다. 똑똑한 운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필라테스만큼 적절한 운동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면서 머슬 대회에도 출전했습니다.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대회를 준비해나갔죠. 그렇게 첫 대회에 출전했지만 예선에서부터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을 만큼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회하지 않은 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바디 컨디션을 가질 수 없었죠. 이 부분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가희 강사는 '몸의 비율'에 주력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좁은 어깨는 넓게, 복근은 더 탄력 있게, 엉덩이 볼륨은 최대한 살리는 등 다른 후보와 동일한 선상에 오르기 위해 비율을 고려하며 운동을 했죠. 그 결과 한국 머슬마니아 미즈 비키니 부문 우승, 아시아 대회에서는 모델, 비키니 부문 2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첫 대회에서는 의상, 메이크업 등 처음 눈에 띄는 부분에 신경 썼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회에서는 바디 컨디션에 더 주력했죠. 아무리 비싸고 예쁜 옷을 입어도 몸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다 보니 제게도 우승이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부정적 시선, 강사가 먼저 노력해야…
자신의 직업에 늘 최선을 다하는 그녀이지만 필라테스 지도자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인지도를 위해 불필요한 노출을 하는 필라테스 강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인식이 더 만연하게 된 이유도 있죠. 특히 필라테스 지도자는 협회에서 자격증을 발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소 쉽게 자격증을 이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강사들의 직업의식이 과거와 달리 달라진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일부일 뿐, 수강생의 건강한 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사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가희 강사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더 나은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필라테스 강사는 사람의 몸을 분석하여 해결책을 찾아주는 직업입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질환과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몸 상태 등을 모두 공부할 필요가 있죠. 더불어 그녀는 운동 분야가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운동 방법과 이론을 열린 자세로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가희 강사 역시 번지 피트니스, 스케이팅 보드,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승무원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머슬 대회 경력을 살려 스포츠 모델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가희 강사. 다방면으로 인정받는 사람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과 일을 사랑하고, 가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적당한 김가희'가 되는 것이 그녀의 목표라고 합니다. 가장 잘 하는 '운동'과 늘 함께 하는 그녀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