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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우리 모두가 속았다” 암소갈비로 수십 명 농락한 고깃집의 최후

최근 온라인에서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관련 ‘상표권 표절’이 화제가 됐습니다. 포항 편에 출연한 가게 사장님은 방송을 통해 자체 개발 메뉴 ‘덮죽’과 조리법 등을 공개했었는데요. 이를 방송으로 본 제3자가 그대로 따라 해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권을 등록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많은 대중의 비난과 질책을 받은 ‘덮죽덮죽’ 이상준 대표는 결국 공개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덮죽덮죽’ 사태와 비슷한 사례들은 외식 업계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법으로도 표절의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서 지역 내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의 경우 그대로 당하는 일이 많죠. 한편, 부산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와 비슷한 일로 법적 소송까지 가게 된 식당이 있는데요. 해당 식당의 사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1964년 문을 열어 한자리에서 약 50여 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식당입니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신문, 블로그 등에서 꾸준히 소개되고 있죠. 대표 메뉴로는 최고급 육질의 한우 생갈비와 양념갈비 등이 있는데요. 특히, 창업주가 개발한 감자 사리는 해당 식당의 자부심입니다. 가운데가 솟아있고 가장자리가 파인 불판으로 고기를 굽다가 떨어진 갈비 양념으로 함께 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별미입니다.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해운대암소갈비’가 문을 열었는데요,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한 고객들은 해당 식당을 부산 식당의 분점으로 생각해 방문했습니다. 상호와 갈비, 감자 사리 등 메뉴 구성은 같았지만, 사실 같은 식당이 아닌 두 식당은 당연히 맛의 차이도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맛이 변했다고 블로그에 적기도 했죠. 이 사실은 곧 부산점 대표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사실 부산 측은 서울 분점을 준비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부산 측은 수소문 끝에 서울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부산 측 사장님과도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장사를 하고 있었죠. 부산 측은 “서울 식당이 우리 식당의 한남동 지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데 이는 부정경쟁행위다”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부산 측의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해운대암소갈비에서 ‘해운대’는 단순한 지리적인 명칭이고 ‘암소갈비’는 상품의 성질일 뿐 이에 대한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불판의 모양 역시 상당한 부분이 유사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자체적인 불판의 생김새를 다른 소비자들이 봤을 때 부산점을 떠올리게 할만한 ‘트레이드 드레스’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의 외장 및 제품의 독특한 이미지를 아우르는 외관적인 형태를 의미합니다. 재판부는 해당 부산 측 식당이 타 고기 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요.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 기준이 없고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 결과와의 비교 없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블로그 등 정보량만으로는 주지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식별력이 없을 시 2차적 의미를 획득해 식별력이 있어야 하고, 비기능적이어야 하며 침해자의 상품 출처와 관련해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을 야기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부산점은 1심에서 패소했는데요. 항소심에서는 이와 정반대인 판결이 나왔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영업 표시는, 그 자체적으로 55년 이상 동안 쌓아온 명성이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담긴 ‘재산적 가치’라고 인정하면서 법률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서울에 있는 식당을 부산 측의 식당으로 오인해 방문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며 서울 측이 부산 측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부산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리서치 기관에 의뢰까지 하며 증거를 모았습니다. 1심에서 객관적인 자료의 증거 제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새롭게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인데요. 식당 측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타지역 손님들의 방문 횟수, 지방 유명 맛집이 서울에 분점을 냈을 때 방문 의향, 온라인 정보로 식당을 찾는 경우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가 2017년 맛집을 탐방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의 비중이 34.7%라는 사실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또한, 1심과는 달리 두 식당의 간판과 불판, 찬 등이 매우 유사하다고 인정했으며 최종적으로 서울 식당의 간판 등을 모두 내리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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