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같이 게임 한다는 73년생 엄마, 알고 보니…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아 신나게 게임을 즐기는 모자의 모습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요. 보통의 경우는 모니터에 몰두한 아들을 향해 ‘게임을 할 시간에 책을 들여다보라’고 성화인 어머니의 모습이 더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국내 유일한 메이저 여성 게임 캐스터라 할 수 있는 정소림 캐스터의 집에서는 전자가 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데요.
어느덧 21년 경력에 접어든 그녀는 여성에겐 불모지였다시피 한 국내 e스포츠 태동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48세 나이지만 여전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모를 자랑하며 e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그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케이블TV가 한창 활성화되던 시기인 1999년 정소림 캐스터는 본래 케이블TV에서 리포터와 MC로 활동 중이었는데요.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의 시기가 길어짐에 따라 더는 방송활동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는 국어국문학 전공을 살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바로 이 시기, 우연한 계기로 스타크래프트1을 접하게 됐는데요.
‘이렇게 재밌는 게임이 있나’라는 생각에 한창 스타크래프트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을 무렵, 해당 게임 중계를 맡아하던 동종업계 선배의 권유로 스타크래프트 중계 오디션에 임하게 됩니다. 결과는 단연 합격. 그길로 정소림 캐스터는 게임 전문 캐스터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요.
정소림 캐스터는 2000년 당시 iTV 소속 게임 캐스터로 일하며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격투, 스포츠 게임 등을 중계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는데요. 게임 캐스터로 데뷔했을 초기에는 알게 모르게 무시도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게임 캐스터라는 직업이 정착되기 전이라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는 말을 숯 하게 들어야 했으며, 특히 ‘여성은 게임을 잘 모른다’는 선입견도 그녀를 유독 괴롭게 했는데요.
과거 정소림 캐스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뷔했을 당시에는 게임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해 게임은 직접 해보고 진행하느냐는 말부터 나이가 많아서, 애가 있어서 그만둬야 한다는 말까지 들어봤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선입견을 돌파하기 위해 정소림 캐스터가 택한 방법은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중계를 맡게 된 게임을 우선 직접 해봄으로써 게임 시스템과 장단점을 익힌 다음, 수치화된 게임 캐릭터들의 공격력과 수비력 등을 전부 외웠는데요. 지금껏 중계해온 45종에 달하는 게임을 모두 고시공부하듯 열심히 했다는 그녀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지금의 위치에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게임 케스터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방송 역량과 듣기 좋은 목소리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요. 게임 캐스터는 화면에 얼굴이 노출되는 시간보다 목소리가 나오는 시간이 더 길기에 적절한 목소리 톤과 정확한 발음은 필수입니다.
정소림 캐스터는 발성, 발음, 방송 진행력 3박자를 고루 갖춰 그녀를 보기 위해 e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있을 정도인데요. 그녀를 위해 응원 패널을 손수 제작해 오는 팬들도 있습니다. 그녀는 “응원 패널은 프로게이머들이나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관중석에서 내 이름이 적힌 패널을 들고 계신 분들이 보이더라”라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소림 캐스터는 게임 케스터로서 21년간 한결같이 왕성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는데요. 학교 방송반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해 부부가 된 지금의 남편은 처음 게임 중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을 정도로 한결같이 그녀를 지지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아들은 게임 관련 정보를 그녀에게 알려주는 등 게임 캐스터인 엄마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한다는데요.
현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정소림 캐스터는 지난 3일 본인의 유튜브에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이런 모자 관계도 가능하구나”, “너무 보기 좋다” “아들보다 엄마가 게임을 더 잘하는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녀가 게임 캐스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가 캐스터로서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상 현재 활동 중인 게임 캐스터 가운데선 유일한 여성이라는 이유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정소림 캐스터는 “게임 캐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진행 능력도, 재치도, 지식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해 어려운 측면이 많다”라며 “게임 캐스터에 도전하는 여성 도전자가 많지만 아무래도 아나운서 등 방송 쪽에 더 뜻이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로 캐스터를 하고 싶은 친구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이력을 가진 21년 차 여성 게임 캐스터 정소림 씨에 관해 알아봤는데요.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이젠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