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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없이 손으로 맥 짚기만... ‘꿀직업’이라고 오해받는 직업

한의학 알리는 한의사 유튜버 백수민

의사는 미래에 가장 유망한 전문직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성형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편견을 가진 의사는 아마 한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별한 의료 기기 없이 손으로 맥을 짚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만을 보고 일부는 '꿀 직업'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피클코에서 현직 한의사이자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한의사로서 다양한 정보를 전하고 있는 백수민 씨에게 한의사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들어보았습니다.

한의사를 꿈꿨던 목포 소녀

수민 씨는 막연히 의료인을 꿈꾸다 어렸을 적 친절했던 한의원 원장님을 떠올리며 한의사라는 진로를 택했습니다.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직업이니만큼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확고한 꿈을 이길 순 없었죠. 목포에 살다 큰 도시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한방 병원의 규모가 커 실무적 경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대전대 한의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입학 후 빽빽한 시간표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공강의 즐거움을 느낄 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며 한의사라는 공통된 목표로 서로를 도와주던 동기들, 틈틈이 즐겼던 동아리 활동 덕분에 졸업장과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죠.

한의대생들의 취업, 어떤가요?

일반적인 한의학과 졸업생들은 한의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페이 닥터, 혹은 개원을 해 진료를 하게 됩니다. 인턴, 레지던트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도 하죠. 수민 씨에게 취업 과정을 묻자 "보통 취준생들이랑 같아요. 여러 병원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준비해야 하죠. 다만 이미 진료에 대한 자격을 취득한 만큼 면접에선 진료 스타일, 성향 등 인성 면접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죠.


한의학과 졸업생들이 무조건 임상에서 진료를 보는 한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학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보건 의료계열 공무원, 한의학 관련 제품을 개발해 스타트업 및 사업, 한방 카페 운영, 운동 강사 등 인체와 관련된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이들이 있죠.

꿀직업이다? "저녁있는 삶 가능해"

youtube @ 백뚬

수민 씨는 현재 충남 지역의 한 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서울과 지방 한의원의 차이에 대해 묻자 "서울 쪽은 직장인 환자가 많아 비교적 늦게 오픈하고 늦게까지 진료한다고 알고 있어요. 지방 쪽은 환자분들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진료가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는 편이죠. 일반적으로 지방에 한의사 수요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 동기들만 해도 정말 바쁘게 살고 있거든요. 지역보단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일명 '꿀 직업'이라고 불리는 한의사의 워라밸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그녀는 "다들 상황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주 5일 근무하고 저녁 시간을 즐기기도 하거든요."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수민 씨는 휴무날, 저녁 시간을 활용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취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직업이 가능하며 휴직 및 복직 역시 다른 직군에 비해 자유롭다는 점을 한의사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한의대 재학 시절 수민 씨의 교재

하지만 한의사가 마냥 편한 직업일 수는 없다고 했는데요. "사실 의사로 근무하면 평생 큰 노력 없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근데 졸업하고 나서도 공부량이 굉장히 많아요. 특히 한의원의 특성상 다양한 질환군의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 범위 역시 굉장히 넓거든요."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편견들에 대한 한의사의 생각

양학과 달리 한의학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과학적 근거 부족'이죠. 이에 대해 수민 씨는 "사실 요즘 한의사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한약 같은 경우는 실험을 할 때 <특정 성분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식의 결과를 도출해내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한약은 여러 약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특정 성분이 어떤 증상을 치료한다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죠. 또, 개개인에 맞춰 진료를 하는 한의학의 특성상 그룹 실험이 쉽지 않아요. 제 생각이긴 한데 이런 점들 때문에 비교적 연구가 적은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답했는데요.

만성요통에 한방 치료를 권한다는 미국의 연구 자료

근거를 원하는 환자가 늘고 한의사들 역시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한의학 연구 분야 종사자들 역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의 해외 진료 가이드에서도 한방 치료를 권고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죠. 수민 씨는 이를 언급하며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좋은 근거들이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기대를 보였죠. 그녀는 양학과 한의학은 사람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지만 한의학 용어들은 비교적 생소하다는 점을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이유로 꼽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한의사로 근무하며 수민 씨가 가장 많이 느끼는 오해는 "손으로 맥만 짚어 모든 증상을 알아낸다", "한약은 몸이 허할 때 먹는 약이다"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실제로 환자들 중 손만 내밀고 맞춰보라는 이들이 있지만 진단을 위해선 여러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맥은 상황에 따라 잘 변하기 때문에 맥만으로 환자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찰을 받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한약 역시 몸에 무언가가 부족해 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막힌 곳을 뚫거나 지나친 것을 줄이는 데에도 효능이 있어 단순히 보충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죠.

사람에 초점두는 한의학의 매력

hidoc, healthchosun

여전히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지만 그녀에게 한의학은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마음이 참 팍팍하잖아요. 한의학에서는 전부터 화를 많이 받지 말라는 심신 의학에 중점을 두고 있었어요. 오래된 학문이지만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매칭될 수 있는 의학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또 한의학은 개인에 맞추는 의학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어요. 사람을 분석하는 일인 만큼 참 어려운 학문이기도 하죠."라며 그녀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youtube @ 백뚬

수민 씨는 한의사에게 꼭 필요한 역량으로 호기심을 꼽았습니다. 정답이 없는 만큼 환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수록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해요. "예를 들어 환자분이 자꾸 손을 만지작거리는 건 긴장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손이 저릴 수도 있고, 손발이 차거나 부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환자분들은 질환에 대한 지식이 저희보단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건 별거 아니겠지'하고 증상을 빠트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 관심이 필요하죠."라고 설명했는데요.


한의사는 커뮤니케이션, 공감 능력이 중요한 직업 중 하나지만 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면 힘든 직업일 수 있습니다. 주로 연령대가 높은 환자들을 만나는 수민 씨에게도 힘든 부분 중 하나죠. "제가 진료 보는 분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세요. 사실 그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본적인 치료는 휴식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속상해요. 환자의 고통에 감정이입이 심하다면 아마 힘든 직업이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습니다.

한의사 유튜버의 최종 목표는

youtube @ 백뚬

초보 유튜버로, 한의사로 활동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수민 씨. 한의학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인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내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는 것이 그녀의 오래된 꿈입니다. 얼마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역시 건강 상식, 다양한 직군의 인물들을 만나며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한의사, 한의학을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조금은 '친절한 의학'이 되도록 고민한 결과죠. 먼 미래에 본인만의 공간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 역시 그녀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youtube @ 백뚬

이렇게 현직 한의사 백수민 씨에게 한의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모든 한의사의 생각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민 씨는 천직을 찾았다는 생각으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해를 깨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한의학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친절한 의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꼭 이루길 바랍니다.

 

글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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