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 손님은 벌금 10만원, 속아넘어간 사장은 300만원”
현정부가 ‘짧고 굵게’하겠다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째선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앞서 정부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 두기 조치를 오는 10월 3일까지 연장한다고 결정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지난 8일 밤에는 서울 등 9개 지역에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의 단체 차량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더는 못 버티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절규가 곳곳에서 오가는 가운데 향후 이들이 떠안아야 할 짐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예고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정부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 두기 조치를 4주간 연장하면서도,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10시로 늘렸는데요. 또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포함 5명, 비수도권 지역은 8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기존 조치에서 한결 느슨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일거리만 늘어났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사장님들은 손님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추후 방역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최대 300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요. 정작 방역수칙을 위반한 손님은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작년 말쯤 매출 하락을 감당하지 못해 운영시간을 단축하고 기존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3명을 잘랐다“라며 ”지금 아내와 나 단둘이서 주방 일부터 서빙까지 다해야만 하는데 손님 백신 접종 여부까지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하냐“라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모 씨 역시 ”작정해서 속이고 들어오려는 손님을 미처 거르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도 든다“라며 ”방역지침을 어긴 것은 사장과 손님 둘 다 마찬가진데 왜 사장만 손님보다 3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자영업장에서 나오는 확진자 비율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영업에 대해서만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코로나19 이후에 자영업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대출 관련 문의가 줄을 이었다면 지금은 죽겠다는 얘기만 서로 오가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인원 제한이 다소 느슨해진 현 거리 두기도 정작 자영업자들에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허희영 카페연합회 대표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해 모임 인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현재 백신을 다 접종하고 2주가 지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라 실질적으로 영업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허 대표는 ”재난지원금, 실업급여가 나오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그저 빚만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성토했는데요. 허 대표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무이자 대출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바 있죠.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에게만 과중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처사라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손실 보상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거리 두기 연장에 따라 이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300만 원에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은 징벌적으로 벌금을 물리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라며 ”매출이 적은 곳과 많은 곳 상관없이 동일한 과태료를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재난지원금 범위를 넓히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데 그보단 자영업자들의 손실 방안을 위해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며 ”(자영업자들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겠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제활동을 크게 제약하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업주들은 손님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가짜 백신 접종사를 제출해 자신도 모르는 새 방역수칙을 위반하게 된 억울한 경우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같은 질문에 질병관리청 감염병 정책총괄과 관계자는 업주가 손님의 백신 접종 여부 확인에 있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게 증명되면 면책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의 예시로는 손님의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백신 접종 완료자가 포함돼야 6시 이후 6명까지 모일 수 있다’라는 안내문을 가게에 부착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설사 손님이 가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 업주가 깜빡 속아 방역지침을 어겼다 할지라도 정확하게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안내문을 가게에 부착했더라면 면책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안내판‘을 자영업자들에게 배부하기도 했는데요.
질병청 관계자는 ”업주의 영업정치 조치 여부나 형사고발 등은 손님이 업주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속였으며, 업주는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등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장기화됨에 따라 한층 부담이 더해져만 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근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백신 접종률이 지금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집단 면역이 일정 정도 수준까지 형성된다면 자영업자들이 시름을 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