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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수면, 누룽지. ‘야구 바보' 염경엽 감독의 극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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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최규한 기자] 염경엽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dreamer@osen.co.kr

지난 23일 두산전을 앞두고 홈팀 감독 브리핑,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염경엽(53) SK 감독은 ‘몸이 점점 더 말라간다’는 기자의 말에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4일 두산전이 우천 취소되자, 염경엽 감독은 팀내 고참 선수들을 모아서 저녁 식사를 샀다. 연패와 하위권 성적으로 의기소침한 선수들의 기를 북돋워주려했다.


25일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2회초가 끝나려는 순간 염경엽 감독은 덕아웃에서 쓰러졌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곧장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실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4시간 후 검진 결과는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매우 쇠약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야구 밖에 모르는 염경엽 SK 감독이 스트레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구급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손과 발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병원에 동행한 SK 관계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 증세라고 하더라”며 “가족에 의하면, 감독님은 어제 2시간도 못 잤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날 저녁 선수들에게 저녁 식사를 사면서 격려했지만, 정작 염 감독 자신은 불면의 밤을 보낸 것이다. 손차훈 SK 단장은 25일 경기 전 염 감독을 보고서는 “감독님, 오늘 안색이 영 안 좋다”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어쩌면 염 감독을 쓰러뜨린 스트레스는 지난해 9월부터 누적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규시즌 1위를 달리다 두산에 대역전 우승을 내줬고(88승을 거두고도 상대 성적에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오프 시즌과 스프링캠프, 염 감독은 지난해 실패를 곱씹으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변칙적인 시즌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개막 직후부터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캠프에서 준비했던 계획들은 하나둘 어긋났다. 준비했던 것들이 줄줄이 어긋나면서 염 감독의 스트레스는 차곡차곡 누적됐다.


예민한 성격에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야구 생각을 잊지 못한다. 다른 감독들은 맥주 한 두 잔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염 감독은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한다. 시즌 중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다. 오직 야구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각종 데이터와 라인업 등 다음 날 경기 생각으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성적이 좋을 때는 수면 시간이 조금 늘어나지만, 패배가 이어지면 잠 자는 시간도 줄어든다. 옆에서 식사를 챙겨줘도 그는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는 누룽지로 겨우 허기만 달래고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스프링캠프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 시간, 뷔페식으로 마련된 배식대에서 염 감독은 이것저것 식판에 담았다. 평소 식사량이 소량인 그가 조금 제대로 챙겨 먹는 시기다. '양이 많아 보인다'(그럼에도 옆 사람 식판의 양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는 말에 염 감독은 "캠프에서는 조금 많이 먹는다. 시즌 들어가면 거의 못 먹게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25일 검사 후 입원한 염 감독은 26일 추가로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당분간 만이라도 야구는 잠시 내려놓고, 치료와 건강 회복에 전념했으면.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OSEN=인천, 한용섭 기자]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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