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래도 안 타실래요?
북유럽 겨울왕국, 전기차 천국이 되다 (1)
전기차를 위한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선택은 당신의 몫!
5년여 전부터 환경오염과 석유에너지 문제의 대안이자 배터리 등 핵심부품의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 친환경 차량의 해법으로 전기차가 급부상 했습니다. 전기차 보급율 및 전기차 인프라를 이야기 할때마다 노르웨이가 자주 언급이 되는데요. 산유국임에도 전기차를 대중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든 사회적 여건과 국가의 지원책은 무엇인지, 더불어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풀어봤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도 전기차가 보편화되려면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 하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래도 전기차가 안 당기시나요?
신차 구입 시 세금면제
도로통행/Ferry 요금은 물론 주차요금까지 무료
버스 전용차선 이용
길거리에서 가끔보이는 2인승 전기자동차 Th!nk와 Buddy도 90년대 말에 노르웨이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인데요, 90년대 초부터 수입전기차 관세를 철폐한 노르웨이 정부는 이후 전기차의 확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1996년부터 전기차 양산을 위해 해외 제조업체의 자국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적극적 지원은 물론, 전기차 소유자를 위하여 다양한 혜택을 준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량 가격의 100%에 육박하는 취득세의 폐지 및 부가가치세 면제(약 25%),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허용 및 차량과 관련된 모든 요금(주차, 통행요금, 페리등) 면제 등 전기차 보급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정책에 반영했습니다.
이와 함께 2017년까지 전기자동차 5만대 보급계획을 수립하여 정책수립에 우선적으로 반영을 했죠. Buddy 이후 전기차 판매가 정체를 겪다가 2010년을 전후하여 일본 미쯔비시의 순수전기차 i-MiEV와 닛산 Leaf 등 일반자동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차량이 시장에 소개되자, 주춤하던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16년 상반기에 이미 전기자동차가 8만대를 넘어섰답니다. 2015년 기준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25%(약 3만 6천대)로 세계 전기차 판매비중 1위 국가로 등극하기도 했죠.
90년대 중반부터 노르웨이에서 생산, 판매된 전기자동차 Th!nk(좌)와 Buddy(우) |
노르웨이에선 2025년부터 무공해차만 구입 가능?
좀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노르웨이에서 2025년 이후 화석연료 자동차의 판매금지안을 골자로 하는 법안의 상정이 진행중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앞서 친환경 차량보급 확대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업의 이해득실을 배제한 상태로 일관되게 입법활동과 정책을 이끌어내는 노르웨이 정치인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노르웨이는 유럽 최대의 산유국이며 50% 이상의 세수가 석유와 가스산업으로부터 나오는 국가임에도 오히려 친환경 차량의 대중화정책이 우선한다는 것도 놀랍지요.
하지만 전기차 가격이 일반차량의 2~3배라면 국민들이 전기차를 부담없이 구입하기가 쉽지 않기에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세제혜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자동차의 취득세 부분이 중요한데요, 노르웨이는 차량구입 시 차량의 무게, 출력 및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여하기에 일반적으로 최소 80%에서 최대 250%까지 세금이 차량가격에 추가되지만 전기차의 경우 이 세금이 전액 면제가 됩니다.
예를 들면 BMW 320D 기본형의 판매가(노르웨이 BMW 홈페이지 기준)가 360,000 NOK(한화 약5천만원)이지만 전기차인 i3 기본형은 290,000 NOK(한화 4천만원)로 20% 가량 저렴하죠.
동네 골목 길가에 전기차만 4대가 보이는군요… LEAF, i3, Tesla S |
지난해 최고 인기의 전기차 닛산 LEAF 기본형의 경우에도 한화 약2천8백만원으로 유사 크기의 소형차량보다 20% 이상 저렴합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와 등록세 등의 부대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전기차의 혜택이 더욱 커지니 금전적인 부담으로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은 없게 되죠.
이러한 세제혜택 덕분인지, 전기차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Tesla Model-S도 북미지역을 빼고 두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국가가 노르웨이라고 하네요. 차량의 세금이 면제되다 보니 차량 가격이 독일차의 중형차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새로운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폭도 더욱 넓어지고 가격도 낮아지고 있으니 전기차 천국으로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16년 5월까지 노르웨이에서 500대 이상 판매된 전기차. 출처 http://evobsession.com |
충전은 걱정하지 마세요!
도로 곳곳에 설치된 충전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요금 정산 시스템
PHEV(충전해서 일정거리는 전기로 주행, 장거리는 엔진으로 주행하는 차)가 아닌 이상 한번에 1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전기차 운전자에겐 큰 모험입니다. 제원 상으로는 140~170km 까지 주행 가능하다고 제조사에서 안내를 하지만, 히터나 에어컨을 켜지 않고 최소전력모드로 운전해야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최대거리입니다. 노르웨이의 5~6개월 동안 이어지는 긴 겨울에는 배터리의 특성 상 주행거리가 30~50% 까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돼죠.
하지만 충전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적으로 빡빡한 이동일정만 아니라면, 도시간 이동이나 여행시 중간에 충전할 수 있는 저속/고속 충전기가 주요 마을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죠. 전국에 총 230여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대부분 24시간 운영됩니다. 전기차 충전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형식이 있기에 충전소에는 차종별 호환이 되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충전은 학교나 일반 기업에서 설치한 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 무료충전소에서도 할 수 있지만 앱을 통해 즉시 결제 가능한 충전소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설치된 전기충전소 현황(좌), 급속 충전소에서 충전중인 전기자동차(우) |
급속충전의 경우 생각보다 비싸지만 월 충전금액에 따라 추가할인이 적용되는데요, 한달에 4만원 가량을 전기충전하는 경우 다음달에 전체 요금의 20%를 할인받으며 충전금액이 1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40%까지 할인 받습니다. 결국 한달에 5만원 어치 전기충전해서 사용하는 사람이나 10만원 어치 충전해서 사용하는 사람이나 실제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비슷하기에 전기차로 많이 주행하면 할수록 이득을 보는 요금체계입니다. 물론 가입하지 않아도 SMS로 <ELBIL START 충전소번호>라는 메세지를 보내면 바로 충전기가 작동이 되며 요금은 나중에 고지됩니다.
지금까지 전기차 사용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과 구입유도를 위한 혜택부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글에서는 이런 정책적 혜택 이외에 전기차를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이곳의 거주형태와 라이프스타일 등 전기차 사용의 숨겨진 진짜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