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 발명품’ 에어컨, 원래 사람용이 아니었다?
낮기온이 부쩍 높아지며 곳곳에서 에어컨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바깥 날씨가 폭염으로 불타는 날에도 버튼 하나면 실내 공기를 순식간에 상쾌하게 바꿔주는 에어컨은 곧잘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히는데요.
하지만 에어컨이 처음 발명된 당시에는 이처럼 놀라운 기능을 사람이 아닌 기계만 누릴 수 있었습니다. 최초의 에어컨은 인쇄 공장에서 기계를 냉각시키는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요.
1902년 뉴욕의 한 공장은 공기 중 온도와 습도 변화로 인쇄물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공학회사 직원인 윌리스 캐리어가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한 초기 에어컨 시스템을 개발, 이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이후 수년간 공장에서 기계를 냉각시키는 데 사용된 에어컨. 발명자인 캐리어는 이 기계를 통해 사람이 느끼는 더위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데요.
꾸준한 연구와 실험을 거쳐 1922년에는 넓은 공간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터보냉동기’ 즉 최초의 냉방기를 발명해냅니다. 이는 백화점, 극장, 호텔, 병원 등 상업건물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에어컨, 그 역할은 단지 더위를 쫓아주는 데 그치지 않았는데요. 에어컨의 발명이 더위 관련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최대 40%까지 감소시켰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 기계를 시원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한 단계 밀고 나간 발명가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박정아 기자 p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