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에 두 번이나 올라간 '이 아이스크림'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맛,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만든 콘 아이스크림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콘 아이스크림은 바로 부라보콘입니다.
1968년 해태제과(현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근무하던 진홍승 박사는 아이스크림 개발을 위해 유럽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덴마크의 호이어사에서 설비를 들여 2년간 연구 끝에 1970년 4월 1일 부라보콘을 내놓았지요.
아이스케키, 설탕물로 만든 얼음과자뿐이었던 당시에 바닐라 맛이 나는 부라보콘의 존재감은 엄청났습니다. 부라보콘이 날개 돋친 듯 팔리자 도매상들이 앞다퉈 공장 앞에 모여들어 출입문을 봉쇄해야 했을 정도.
부라보콘의 콘 끝에는 초콜릿이 뭉쳐 있는데요. 생산 초기 콘에 초콜릿 코팅을 하던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것을 고려하지 못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수였지만 오히려 반응이 좋았고, 지금은 '국룰'이 됐지요.
1972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부라보콘이 등장했습니다. 정부 관계자에 부라보콘을 건네받은 북한 관계자는 "이거 미제 아니오?"라며 놀랐고, 우리 정부에서는 국산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자랑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미 최고의 인기 제품이었던 부라보콘을 더욱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것은 1976년에 나온 TV 광고였습니다. '12시에 만나요~'로 시작되는 이 CM송은 지금도 광고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CM송이라도 청각장애인들은 들을 수 없었는데요. 2022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을 기획, 수어로 광고를 만들어 제31회 소비자가 선택한 좋은 광고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시간을 돌려 2001년, 31년차를 맞은 부라보콘은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됩니다. 쟁쟁한 경쟁 제품들 가운데 더욱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부라보콘에도 단점이 있었습니다. 포장을 깔끔하게 뜯기가 쉽지 않았던 것. 2008년 세계 최초로 부라보콘 포장에 적용된 하프커팅 공법은 이러한 불편을 말끔히 해소해줬습니다.
2010년 출시 40년을 맞은 부라보콘은 또다시 기네스북에 오르게 되는데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간 누적판매량 40억개로 해당 기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아이스크림 기록을 세운 것이지요.
인기에 힘입어 부라보콘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하는 2023년 한국산업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아이스크림 부문 1위로 선정됐습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는 13년간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습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 그럼에도 새로운 맛을 계속 출시, 다양한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이 50년 이상 장수한 비결이 아닐까요?
이석희 기자 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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