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숨겨뒀다? 은닉설 재점화
'직지' 영인본 |
50대 여성 A씨는 "B씨가 현재 직지를 감춰 놓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해 달라고 지난달 충북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전화 통화에서 B씨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직지를 자신이 빼돌렸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고발장과 함께 관련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녹취록에서 B씨는 C씨가 가지고 있던 고서 수백 권 가운데 5권을 C씨 몰래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고 하면서 이 가운데 한 권이 직지였다고 A씨에게 말했다.
B씨는 문화재 장물 공소시효까지 언급하면서 2년 정도 남았으니 그 뒤에 국가에 팔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B씨는 최근 직지를 일본으로 팔 의향까지 보여 시급하게 막아야 할 상황"이라며 "이를 묵과한다면 직지는 세상에 나오기 힘들 수도 있어 문화재 피해를 막고자 부득이하게 고발했다"고 밝혔다.
B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농담으로 한 마디했던 것이다. A씨 때문에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몇 군데서 조사했지만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지 않느냐"며 A씨의 은닉설을 일축했다.
직지 국내 은닉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불거졌다.
당시 청주에 살다가 수년 전 숨진 최모씨는 1993년 지인에게 빌려준 직지를 C씨가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는다며 횡령 혐의로 C씨를 고소했다.
1996년 소송 중에는 최씨가 빌려 줬다는 고서가 직지라는 지인의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C씨 등이 직지라고 주장하는 이 고서의 행방은 당시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2007년에는 문화재 도굴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D씨가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직지 상권 두 권과 직지보다 앞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불경을 국내 모 사찰에서 도굴했다는 주장을 펴 학계는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D씨는 출소 후에도 직지의 국외 소재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실체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직지를 보관하고 있다는 B씨와의 대화 내용 녹취록을 충북경찰청에 제출하면서 직지 국내 은닉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충남경찰 수사에 이어 이번에는 충북경찰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씨는 "경찰이 수사 의지를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국보급 문화재인 직지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청했다.
학계 관계자도 "직지를 국내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 경찰 수사에 한 가닥 기대를 내비쳤다.
직지는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간행한 금속활자본 성경보다 78년 앞선 1377년(고려 우왕 3)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불교 서적이다.
상·하 두 권 중 하권 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고,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청주=뉴시스] 강신욱 기자 = ksw6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