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MLB' 이정후, 류현진 넘어 역대 최고 대우 받을까
2012년 류현진,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 최고계약
'이정후급' 일본 요시다,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
이정후. 2022.8.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이정후(25)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올 시즌 종료 후 이정후의 미국 진출을 승인하면서 어느 정도 조건에 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주목하고 있는 선수이고 최근 빅리그 시장이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는 걸 고려하면 과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최고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키움 구단은 지난 2일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피력한 이정후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결정했다"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가했다.
소속 구단의 승인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2018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올해까지 7시즌을 뛰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해외 진출 자격을 얻지만, 프리에이전트(FA)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키움 구단의 승낙이 필요했다.
키움 구단의 허가가 떨어지면서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길이 열렸다.
과거에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지만, 출중한 기량을 앞세워 KBO리그를 평정한 이정후는 벌써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타킷이 돼 있는 만큼 역대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사실상 예약했다.
이제 관심은 이정후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지다. 앞서 빅리그를 누빈 26명의 한국인 중에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 선수는 총 5명이다.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 소속 선수로 역투하고 있다. ⓒ AFP=News1 |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류현진은 2012년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KBO리그 선수였는데 그의 계약 총액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류현진이 개척한 길을 다른 선수들도 뒤따라갔다. 강정호가 2015년 1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100만달러(옵션 제외) 조건으로 계약했고 약 11개월 뒤에는 박병호(KT 위즈)가 4년 1200만달러 조건으로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뒤이어 김광현(SSG 랜더스)이 2019년 12월에 2년 800만달러 계약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고, 김하성이 2021년 첫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달러를 보장받는 조건에 계약했다. 김하성의 평균 연봉은 700만달러로 류현진(600만달러)보다 나은 조건이다.
이정후가 올겨울 메이저리그 구단과 총 규모 36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류현진을 넘어 역대 최고 대우를 받게 된다. 아울러 연평균 700만달러 이상을 수령할 경우에도 김하성보다 더 좋은 조건이 된다.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정후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스토브리그마다 전력 보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선수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기량을 갖춘 아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도 좋은 대우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정후와 스타일이 비슷하고 일본프로야구에서 타격왕까지 수상한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는 지난달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 금액은 이정후 측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할 때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87승,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한 강속구 투수 센가 고다이도 뉴욕 메츠와 5년 7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른 데다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는 등 이미 기량이 검증됐다. 나이도 20대 중반으로 젊다는 것이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이정후가 다른 일본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잭팟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 2022.8.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한편 키움 구단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일종의 이적료 개념인 포스팅 수입을 챙길 수 있다.
2018년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선수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한 구단이 아닌 30개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지만 포스팅 비용이 대폭 줄었다.
포스팅 비용은 선수 계약 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게 돼 있다. 선수 계약 금액이 총 2500만달러 이하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계약금의 20%를 줘야 한다. 2500만~5000만달러는 500만달러와 25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7.5%를, 5000만달러 초과는 937만5000달러와 50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5%가 포스팅 비용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정후가 요시다와 같은 수준인 9000만달러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키움은 포스팅 비용으로 1537만5000달러를 받게 된다.
다만 이정후가 역대 한국인 포스팅 비용 최고액을 경신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2573만7737달러33센트로 당시에는 최고 응찰액을 써낸 메이저리그 구단이 30일 동안 선수와 독점 협상을 할 수 있었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