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원 속인 80대 할아버지의 기지
지시 따르는 척 지구대 찾아…조직원 구속
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집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혀 이송되고 있다. (청주상당경찰서 제공) © 뉴스1 |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거주하는 A씨(81)는 지난 1일 오전 검사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절도범이 예금을 인출해 모두 훔쳐가려 한다. 현금을 모두 인출해 집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내용이었다.
검사를 사칭한 그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며 A씨를 주민센터로 유인했다. 집을 비우게 한 뒤 현금을 훔쳐 달아나려던 속셈이었다.
하지만 A씨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순간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A씨는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총책과 통화하며 현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한 뒤 주민센터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찾은 곳은 주민센터가 아닌 인근 지구대였다. 그는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따르는 척 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지구대로 이동하며 통화 녹음도 잊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집 주변에 잠복, 집에 침입한 대만 국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29)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B씨를 전화금융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경찰에서 "대만 총책과는 SNS로 연락하고 있으며 다른 조직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조직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청주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게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