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부흥이끈 '패션거장' 칼 라거펠트, 췌장암 사망

'20~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샤넬 부흥 이끈 장본인…업계 유명인사들 애도

칼 라거펠트. © AFP=뉴스1

20~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샤넬의 부흥을 이끌었던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가 19일(현지시간) 85세 나이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오래 전부터 라거펠트와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던 브랜드 샤넬은 공식 계정을 통해 그의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

라거펠트는 최근 '샤넬 2019 봄/여름(S/S)' 등 여러 패션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악화설이 제기됐었다. 프랑스 언론은 라거펠트가 전날 밤 병원에 입원했고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라거펠트의 사인은 췌장암이다. 한 관계자는 영국 매체 미러에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매우 용감하게 싸웠었다"면서 "칼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건강한 생활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에 췌장암 진단은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상태가 "최근 몇 주간 우려됐었다"고 덧붙였다.

193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라거펠트는 10대 시절 파리로 건너가 피에르 발망의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웠다. 1965년부터 펜디에서 일하고 1983년부터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라거펠트는 펜디와 샤넬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칼 라거펠트' 등의 브랜드 디자이너를 총괄하면서 최근까지도 일에 몰두했다. 80대 나이에도 매년 평균 14개 컬렉션을 발표하는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당신이 일할 때 온다"고 말하곤 했다.

라거펠트는 어두운 선글라스와 흰 머리 '포니테일' 스타일, 검은색 청바지와 손가락 장갑, 빳빳한 셔츠 칼라, 크롬하츠 액세서리 등으로 자기 자신을 캐리커쳐화한 걸로도 유명하다. CNN은 라거펠트가 패션계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라거펠트의 타계 소식에 많은 업계 관계자들도 애도를 표했다.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애나 윈투어는 성명을 통해 "오늘 세계는 위대했던 인물을 잃었다"며 "그는 창조적인 천재성은 숨을 멎게 했다. 그의 친구가 됐던 것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칼은 뛰어났고, 장난기 있었고, 재밌었으며, 관대했고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렝 베르트하이머 샤넬 최고경영자(CEO)는 라거펠트는 "시대를 앞서간" 디자이너라면서 그의 "창조적 천재성과 관대함, 특출한 직감은 전 세계에서 샤넬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했다.

펜디와 루이뷔통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버나드 아르노 CEO는 패션계가 "큰 영감을 잃었다"며 "우리는 그에게 큰 빚이 있다. 그의 취향과 재능은 내가 알던 것들 중에 가장 뛰어났다.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깊이 존경했다"고 말했다.

패션모델 출신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도 이날 "오늘 세계는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다. 칼,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