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리니지 아버지' 송재경…17년만에 카카오행으로 '돈방석'
카카오게임즈 이틀째 상한가…코스닥 시총 3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 News1 |
한국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탄생시켰지만 큰 성공의 단맛은 보지 못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도 드디어 수백억원대 '돈방석'에 앉게 됐다.
국산 롤플레잉(RPG) 게임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1990년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닦았지만 정작 본인은 2003년 엑스엘게임즈로 독립해 '마이웨이'를 걸었다. 이후 17년 만인 올초 카카오게임즈의 품에 안겼고 이때 카카오로 가는 결단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11일 오전 9시 카카오게임즈는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인 8만1100원까지 치솟으며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랐다. 56만6824주(지분율0.99%)를 보유한 송재경 대표의 지분 평가는 공모가 기준 136억원에서 460억원으로 불어났다.
송 대표는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을 제작한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다. 두 게임의 탄생은 한국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 영광만 지켜보던 그가 카카오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게임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한 '바람의 나라', '리니지'
송재경 대표는 흔히 'MMORPG 아버지'로도 불리는 스타개발자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알만한 게임인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게임인생 최초 파트너는 김정주 NXC 대표이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1994년 넥슨을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바람의 나라'는 국산 역할수행게임(RPG) 게임의 효시로 평가되며 여전히 서비스되고 있는 인기게임이다.
송 대표는 당시 만화잡지 '댕기'에서 연재돼 인기를 누렸던 '바람의 나라'를 즐겨 읽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초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로, 송 대표와 김 대표는 '바람의 나라'의 김진 작가를 찾아가 사용 계약을 맺고 게임을 개발에 나선다.
개발 쪽 능력이 돋보였던 송 대표와 사업 쪽 능력이 타고났던 김 대표는 의기투합해 20년이 넘게 사랑받고 있는 '바람의 나라'를 탄생시킨다.
순조롭게 게임을 개발하던 송 대표는 '바람의 나라'를 정식 출시하기 전에 김 대표와의 의견 충돌로 1996년 말 넥슨을 퇴사한다. 송 대표의 퇴사 후 '바람의 나라'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
90년대 말 전국에 PC방 열풍이 불면서 '바람의 나라'는 초등학생·중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1999년 넥슨의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선다.
송재경 대표는 넥슨에서 나와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 실험실 직속 선배였던 허진호 박사가 이끄는 아이네트란 곳에서 일을 했다. 이때 송재경 대표는 신일숙 작가의 만화 '리니지'를 눈여겨 보고 한 달동안 '리니지' 기획서를 작성, 신일숙 작가를 찾아가 게임 사용 허가를 따낸다.
송 대표는 '리니지' 개발에 착수하면서 가장 오래 일하게 되는 김민수 엑스엘게임즈 이사를 만나게 된다. 송 대표는 도트로 제작한 2D게임이었던 '바람의 나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3D 캐릭터를 만든 뒤 2D로 변환하는 식으로 게임을 제작한다. 그러던 중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영입 제의가 들어온다.
김택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송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에 입사,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한 '리니지'를 탄생시킨다.
2002년 초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인 '리니지 포에버'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 송재경 대표는 개발에 힘쓰던 중 그해 말 김택진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2003년 엔씨소프트를 떠난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 뉴스1 |
카카오게임즈, 송재경 사단 개발력 확보해 '종합게임사'로 점프
엔씨소프트를 나온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위해 지금의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한다.
그는 창립 3년 만에 XL1이라는 레이싱 게임을 세상에 내놓는다. 게임명에서 알 수 있듯 엑스엘게임즈에서 만든 1호 게임이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후 그의 행보도 순탄치는 않았다. 2006년부터 시작된 MMORPG 아키에이지 개발에는 6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노력 끝에 2013년 선보인 아키에이지는 그간 개발한 작품에는 못하지만 그해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한다.
카카오게임즈와의 만남은 2018년으로, 카카오게임즈는 그해 8월 엑스엘게임즈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019년 '달빛조각사'를 함께 출시한 다음 자회사로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송재경 사단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달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송 대표의 개발력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엑스엘게임즈의 개발 역량과 카카오게임즈의 게임서비스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게임사로 도약하겠다는 것.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상장한 지난 10일 신작 아키에이지2를 공개했다.
회사는 아키에이지 특유의 자유도 등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차세대 대형 MMORPG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송재경 대표는 "아키에이지로 리니지와 와우를 잇는 새로운 MMORPG 전형을 만들고 싶었고,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며 "아키에이지2는 시장성과 작품성 모두에서 공히 인정받는 멋진 게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v_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