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철' TV로 역수입된 유튜브 김구라표 독한 '직설'
유튜브 웹 예능 '구라철' © 뉴스1 |
"KBS는 주차 타워가 안되나요?"
방송인 김구라가 양승동 KBS 사장을 만나 직접 던진 질문이다. 사전에 어떤 약속도 없었을 뿐더러, 갑작스러운 만남에서도 김구라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질문을 이어나갔다. 당황한 건 오히려 제작진과 양승동 사장 뿐이었다.
김구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BS 2TV '개그콘서트'를 직접 찾아가 "왜 '개그콘서트'는 재미가 없나?"라고 질문하는가 하면, 직접 예능센터장과 PD들을 찾아가 "왜 KBS는 타사 프로그램을 베끼나?" "KBS는 왜 때깔이 누리끼리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나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김구라와 그런 그의 직설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은 이름부터 획기적인 웹 예능 '구라철'이다.
'구라철'은 지난 2월 스튜디오K가 처음으로 선보인 웹 예능으로,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그 어떤 것이든 거침없이 날려드립니다'라는 모토 아래 김구라가 정말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재밌는 건 이런 발칙한 프로그램이 오히려 TV로 역수출이 됐다는 점이다. '구라철'은 지난 25일 처음으로 KBS 2TV에서 방송됐다. 오는 5월9일에도 또 한 번 편성됐다. 특히 지난 25일 방송은 전국 가구 기준 4.0%(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웹 예능에서의 인기가 TV에서도 통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구석이었다.
유튜브 웹 예능 '구라철'© 뉴스1 |
'구라철'의 직설은 방송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직접 거리에 나선 김구라가 카페를 찾거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나눴다. 하지만 여기서도 빠질 수 없는 게 김구라의 직설이었다. 김구라는 사람들을 만나 수익이 얼마인지, 월세가 얼마인지, 자산은 얼마인지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무례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무례함'이라는 캐릭터를 내재화시킨 김구라이기에 불편함이 중화되고 웃음이 피어올랐다.
김구라는 '구라철'을 통해 자신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특히 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이끌었던 것은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구라는 '구라철'에서 "(여자친구에 대해) 이들 물어보시는데, 거의 식구처럼 지내다가 이제 우리 집에 같이 있다. 여자친구가 아침밥을 해주다 보니까 단골 밥집에 갈 일이 없다"라고 여자친구에 대해 당당하게 고백했다.
'구라철'은 작가도 없고, 대본도 없다. 정말 김구라가 궁금한 것, 혹은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것을 김구라의 입을 통해서 질문한다. 이러한 '구라철'의 탄생에 대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원승연 PD는 28일 뉴스1에 "방송을 하다보면 버려지는 자투리 콘텐츠들이 있다"라며 "그런 콘텐츠들을 모아서 정말 웹스러운 것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기획을 하게 됐다"라고 얘기했다.
유튜브 웹 예능 '구라철' © 뉴스1 |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속 시원한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도 다가갈 수도 있다. 이러한 직설을 프로그램으로 풀어나가기에 부담감은 없을까.
원 PD는 "저도 사실 만들면서 '진짜로 이렇게 해도되나?' 하는 지점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그만큼 그런 부분들이 많아야 그래도 주목받지 않을까 싶었다. 암묵적인 것들 때문에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들이 사실 안될게 뭐있겠나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원승연 PD는 더 독하게 '구라철'을 운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KBS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원 PD는 "사람들한테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질문들을 무례하지 않게 하지 위해서는 먼저 소속된 집단에 대해 물어보는 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구라철'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원 PD는 "조금 막해도 되는 걸 해보자. 그게 가장 컸던 것 같다"라며 "웹에서 출발해 TV 방송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저는 조금 더 배워서 더 깊숙하고 더 웹스러운 예능을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TV로 나아간 것도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 많이 알리고 싶은 것뿐, 웹 예능에 더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구라철'은 철저하게 웹 예능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TV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획된 만큼,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직설'을 날리겠다는 포부다. 오직 김구라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담으면서 답답함을 깨부수고 있는 '구라철'이 또 어떤 속 시원한 직설을 던지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안태현 기자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