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여행'이 아니다, '생존'이다
당연히 '아무'도 없고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섬
무인도에서는 그리운 사람을 모두 만납니다
우리는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 치일 때면 가끔씩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스마트폰도 텔레비전도 없는 고요한 곳으로 말이죠. 하지만 막상 어쩌다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생기면 하루종일 혼자 여유를 즐기겠다고 다짐해보지만 금세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어봐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더군다나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유목민처럼 콘센트를 찾아다니다 충전기에 전원을 연결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불안이 멈춥니다.
다소 과장은 하였지만 우리들 모두의 일상이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아무도 없고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자주 정기적으로 말이에요. 바로 ‘무인도·섬테마연구소’ 소장 윤승철 작가입니다.
그의 이력을 잠시 살펴보면, 절로 입이 딱 벌어집니다. 아직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에,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그뿐인가요.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 장관상,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 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내로라하는 각종 굵직한 상을 모두 휩쓸었지요. 그런 그의 꿈은 ‘탐험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 어찌 보면 그 꿈마저 이룬 셈입니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대원들을 모아 무인도에 들어가기를 벌써 몇 해째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함께도 가지만 혼자도 갑니다. 그의 도전정신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살면서 체득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몸에 새겨진 유전자 같습니다. 이 책에는 그가 무수히 다녔던 무인도 중에서 해외 3곳, 국내 3곳, 총 6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미크로네시아의 ‘온낭’, 뉴칼레도니아의 ‘쁘띠 테니아’, 팔라완의 ‘해적섬’, 그리고 우리나라 경상남도 통영의 ‘가왕도’, 인천광역시 옹진의 ‘사승봉도’, 전라남도 완도의 ‘지초도’가 바로 그곳입니다.
지도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디작은 섬들, 무인도.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니 말로만 들어서는 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정글을 찾아들어가 며칠 밤을 보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얼핏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 그러나 단언컨대, 무인도에 간다는 것은 ‘여행’이 아닙니다. ‘생존’입니다. 별다른 도구 없이 날아가는 새를 잡아 목을 비틀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꺼내 손질해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이 섬에 데려다준 뱃사람이 다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도저히 뭍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 곳. 사방이 바다지만 마실 물이 없어 목말라 죽을 수도 있는 곳. 그야말로 냉혹한 ‘생존’의 장소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그동안 치킨 배달이나 시켜 먹고 횟집에서 잘 손질되어 나오는 물고기만 먹어본 우리로서는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곳이 바로 무인도일 겁니다. 그저 내리는 비도 무인도에서는 마실 물을 만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원료가 되며, 톡톡톡 나뭇잎에 내려앉는 소리마저 듣기 좋은 음악처럼 들립니다.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는 그냥 보낼 수 없는 반가운 이웃이 되며, 해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신발 한 짝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될 거고요. 야자수잎을 엮어 엉성하게 만든 그늘막도 무인도라서 가능한 ‘내 집 마련’입니다. 밤하늘 가득히 쏟아지는 별을 빈병 속에 담아보기도 하고, 대왕조개가 죽으면서 해변에 남겨놓은 사정에도 기웃거립니다. 그렇게,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그의 상상력은 사뭇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무인도에서는 그리움도 짙어집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 어릴 적 다리를 심하게 다친데다 평발 판정을 받고, 걷는다는 그 당연한 일조차 위태로웠을 때를 떠올리면 아득해집니다. 평범하게 살아도 힘겨웠을 저자는 해병대에 자원하고, 그뒤로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사막마라톤에 도전하는 등 더더욱 과감한 도전을 이어갑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데에는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이 컸기에 감사한 마음은 더욱 깊어집니다. 또한 페루 여행길에서 만났던 형과의 추억이 난데없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면접자리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기억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죠. 또, 지천으로 깔린 조개류 껍데기들을 비롯한 온갖 죽어 있는 것들을 보며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제법 엄숙해지기도 하고요.
사람이란 본디 육지에서도 철저히 홀로 존재하지만, 무인도에 입성하는 순간 더욱 지독하게 혼자가 됩니다. 그것이 그가 무인도를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무인도를 벗어나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과연 책에서 저자가 무인도에 갈 때 당신에게 꼭 가지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충분히 열려 있으니, 책을 통해 찾아보기를 바라요.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해주신 분들이 계세요!
우리가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챙기게 되는 것은 ‘그곳엔 없는 것’이다. 그럼 무인도에 갈 때 챙겨야 할 가장 첫번째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 인생에서 곁에 머물 사람을 얻는다는 건 홀로 무인도 생활을 견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다. 한 권의 책 속에서 하나의 문장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한 권의 여행책에서 한 곳의 여행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 한 번뿐인 인생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내 사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다행한 일도 없다. 외롭지만 강하고 아름답게 버텨내고 있는 무인도처럼, 이 책과 함께 우리도 외로움을 오롯이 버텨내보자. 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저자 윤승철이 선사하는 용기와 따스함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윤승철은 신기한 사람이다. 그를 만나고 있으면 푸른 물살이 압도한다. 어쩌면 저리도 청춘의 시간을 온몸으로 쓰고 있단 말인가, 하면서 경탄한다. 그가 부단히 찾고 있을 삶의 의미에는 ‘길’이 없고 ‘티켓’이 없을 것이므로 마치 무인도와 같다. 윤승철은 선택하고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 이 ‘대륙’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면서 다른 황홀을 조각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아름다운 행적들을 증명한다. 고맙게도, 어렵지 않게 살아도 되는 법을 그에게서 배운다. ‘습관’으로 살지를 않고 당당히 가능성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법을 그에게서 배운다.
편집자 김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