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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은 임효준이 했는데 피해자도 퇴촌 …쇼트트랙 징계 논란

['전원 퇴출'이라는 이례적 결정에도…"사건 무마시키려 한다" 누리꾼 비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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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 선수./사진=뉴시스

한국 쇼트트랙의 스타 임효준(23·고양시청)이 남자 후배의 바지를 벗겨 성희롱 사건 가해자로 지목됐다. 대한체육회는 다음달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기 전 '대표팀 전원 퇴촌'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했지만,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쇼트트랙 남녀 선수단이 함께 암벽등반 훈련을 하는 도중 임효준이 암벽을 오르던 황대헌(한체대·20)의 바지를 벗겨 하반신 일부가 노출됐다.


심한 모멸감을 느낀 황대헌은 성희롱 사실을 감독에게 알렸고,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에 보고했다.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은 지난 24일 기강 해이를 이유로 두 선수를 포함해 남자 7명, 여자 7명 등 대표팀 선수 14명과 지도자를 한 달간 선수촌에서 퇴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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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임효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전원 퇴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했지만, 적절한 징계라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먼저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하게 처벌했다. 빙상연맹은 선수단 퇴촌과 별도로 다음달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임효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현재 전원 퇴촌을 결정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원 퇴출이 결정된 것은 이번 성희롱 문제를 비롯해 무단 외박 등 선수들의 '기강 해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팀 전체 훈련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분위기를 다 잡고 교육도 새로 하고 그런 차원에서 훈련 지원을 중단했다"며 '기강 해이'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기강 해이'는 '훈련 태도에 긴장이 풀렸다' 정도의 의미다. 선수들 간의 성희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소 과격한 장난으로 보는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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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임효준. /사진=김창현 기자

또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징계를 결정했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사건 당일 밤 같은 숙소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친하다지만 한국체육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일종의 권력관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잘못된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


대회 출전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도 있다. 현 대표팀은 지난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표팀으로 뽑혔고, 이들은 다음 ISU 월드컵 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예정이다. 동계스포츠인 만큼 경기 일정은 올해 겨울인 12~3월에 집중돼 있다.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개별 연습을 이어간다.


이 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장 구체적인 징계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에 따르면 선수에 대한 징계는 출전정지, 자격정지, 제명 등 중징계와 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다만 경미한 징계를 내릴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3월 여자 숙소를 무단 출입해 적발된 김건우(21·한국체대)는 고작 출전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조치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도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누리꾼(kai****)는 "(문제를) 뿌리 뽑을 생각은 없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사건이나 무마시키자 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가해자가 문제인데 마치 선수촌 생활이 문제인 양"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hans****)는 "선수 모두 퇴촌시켰다가 한 달 후 선배이고 능력 있다고 임효준 은근슬쩍 입촌시키고 당한 후배는 아웃 당하는 일 없도록 모두가 잊지 맙시다"라고 밝혔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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