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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온디맨드 전략에 대한 불편함

작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가 등장했다. 카카오 CEO로서는 첫번째 공식 석상이었던 자리였던만큼 국내 미디어와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그 자리에서 임대표가 내세운 키워드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대형 포탈의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쌓인 콘텐츠와 국민 메신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니만큼 전략 키워드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카카오의 온디맨드 전략에 대한 불편함

카카오의 온디맨드 서비스 개요 출처 : 카카오

하지만, ‘모바일을 기반으로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온디맨드를 설명할 때부터 조금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택시', 간편 결제 서비스 ‘카카오 페이’, 제주도 감귤을 배송해주는 ‘카카오파머 제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 뱅크’ 등이 온디맨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기존 ‘O2O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는 마케팅 캐치 프레이즈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조그마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사전적인 정의나 철학적인 고찰이 없더라도 마케팅을 목적으로 새로운 단어를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시가 총액이 7조에 가깝고 코스닥 순위 2위이며 국내 ICT 기업을 대변하는 카카오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반드시 카카오의 영향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으나 그날 이후부터 '온디맨드’가 열풍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사가 나오고 있고 관련한 도서도 등장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답앱, 부동산정보앱, 호텔 예약 서비스 등과 같은 기존 O2O 개념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온디맨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급이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서비스나 전략을 총칭한다. 2002년 10월, IBM의 CEO인 샘 팔미사노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비디오 온디맨드(VOD, Video On Demand), 뮤직 온디맨드(MOD, Music On Demand), 뉴스 온디맨드(News On Demand) 등과 같이 일반화되어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따지면 카카오에서 이야기하는 ‘온디맨드’가 특별히 잘못되어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 따지면 "도대체 온디맨드가 아닌 서비스가 무엇이냐?”라는 세간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친숙해져 있는 ‘온디맨드’라는 단어가 최근에 주목을 받는 것은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를 기반으로 기존 서비스와 차별되는 가치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우버의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오퍼레이터의 CEO인 로빈 챈(Robin Chan)의 설명을 기반으로 재구성해보자면 '오프라인의 고객 접점과 컨텍스트가 결합되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총괄 서비스’정도가 온디맨드의 새로운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창립한 오퍼레이터(http://operator.com)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커머스로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이 들고 있는 가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어졌다고 하자. 그런데, 제품의 정확한 브랜드나 상품명을 알아내지 못했다. 기존의 서비스에서는 색깔이나 모양으로 수많은 검색 키워드를 던져야 한다. 이미지 검색을 제공한다면 다행이지만 검색의 정확도는 높지 않다. operator.com에서는 찍은 사진을 상담원에게 요청하면 해당 물품이나 비슷한 상품을 파는 오프라인 매점을 알려준다. 선물받은 귀걸이의 한쪽을 잃어버렸다면 똑같은 제품을 파는 사업자와 연결시켜 준다.

카카오의 온디맨드 전략에 대한 불편함

로빈 챈의 오퍼레이터

단순히 연결만 시켜주는 것이 끝이 아니다. 코트에 어울리는 바지를 물어보면 추천해주기도 하고 관련해서 세일을 하고 있는 상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고 사진과 리뷰를 확인해서 ‘구매’ 버튼을 누르던 기존 서비스에서는 제공하지 못했던 기능이다. 최근의 온디맨드 서비스들은 이렇게 기존의 나열형 홈페이지에서 버튼을 유도하던 자판기식 서비스와는 명확하게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다양한 콘텐츠와 메신저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에게 가장 적합한 키워드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이미 '엘로 아이디'라는 온디맨드에 최적화될 수 있는 고객 채널을 확보고 있다. 공급자가 정해 놓은 플로우에 따라 택시를 호출하거나 감귤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는 넓은 의미로 O2O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온디맨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카오’라는 서비스 전문 조직에서 이를 모를리가 없다. ‘온디맨드’라는 키워드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거나 본질을 호도하는 마케팅 키워드 남발은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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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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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 업무를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