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조정과 미래대학의 전망
새로운 교육방법 시도로 ‘미래대학’ 모델로 평가받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네르바스쿨’ |
최근 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 논쟁이 뜨겁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수 감소로 -소위 ‘인구절벽’ 현상에 의해- 올해 대비 2023년에는 대학 진학 희망 학생 수가 11만 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14년 뒤인 2030년 현재 386개 대학 중 56%인 약 160개 대학이 필요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다.
저출산 사회적 문제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교육기관은 미취학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다. 한때 유아교육과는 인기 있는 전공이었지만, 지금은 미래가 불투명한 학문이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고등학교 학령인구는 2013년 656만 명으로 50년 전 6.25 세대인 1960년 661만 명보다 적다. 분명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현실적인 심각한 문제이고,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많은 교사와 교수, 교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대학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실정이니, 교육기관들이 제대로 교육에 집중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대학구조조정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당장 특성화나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과 같은 단기적 전략에 맞춤형(?) 평가 지표에만 몰두하다 보면 교육과정의 부실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입시율, 재학률, 취업률이 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들의 경우 높은 입시율 덕분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하지만 중2병보다 무섭다는 대2병으로 인해 재학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막상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없다. 이래저래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암울하다.
최근에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대학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학령인구 감소는 누구도 막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교육의 미래를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선택은 양보다 질에 투자를 해야 하지만, 그 방법이 단순 구조조정만으로 국한해서는 곤란하다.
1. 미래대학의 모습
하버드, MIT,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 교수들 중심으로 시작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유다시티(Udacity),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 등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세계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시켰으며, 미래 대학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였다. 분명 글로벌 명문대 교수의 강의를 저렴한 비용과 유학을 하지 않고도 수강하고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는 매우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로 수혜자가 많지는 않다. 또한 이런 방식은 국내 사이버대나 방통대의 사업 모델과 크게 차이도 없다.
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온라인 선행학습 뒤 오프라인 강의 및 토론)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 제작 능력과 기존 강의 방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과 교수들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최근 서울시 52개 대학과 연계하여 청년 문제 해결과 도시 재생 계획의 일환인 '캠퍼스 타운' 추진은 나름 신선하다.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창업 보육, 주거 안정화, 문화 특성화, 지역 상권 활성화 연계라는 공유도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미국 내 대학 트랜드는 창업교육 방향의 변화다. 기존 스타트업을 강조하기보다 스케일업(Scale-up)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기업가정신을 교육과정에 포함해 기업가적 영재(Young Entrepreneurial Talents)를 발굴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 대학의 정규 교과과정을 탈피한 마이크로스쿨이나 나노 학위 등도 미래대학의 변화과정 중에 하나다. 더 이상 전공의 틀에 매이지 않고,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교수, 과목을 선택하고 신청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교수들은 기존 기득권의 틀에서 벗어나 학문과 강의의 품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오래된 학위와 학교가 그들의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2. 창업과 기업가정신
기업가정신은 더 이상 창업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학습해야 할 필수 과정이다. 최근 공유경제와 O2O 트랜드 때문에 기존 산업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기술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를 요구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산업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정보다. 기업가정신을 통해서 기업가적 영재를 발굴했다면 대학 내에서 창업 교육을 통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대다수 대학은 창업 지원보다는 취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자칫 대학이 창업을 권장할 경우, 실패한 창업가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청년 창업은 졸업 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재학 중에 정부와 대학이 함께 투자와 노력을 해야하고, 부족한 부분은 창업 대학원을 통해서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3. 대학과 성인교육
대학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학의 존재 이유가 학위 취득을 위한 학생을 모집하는 데 국한될 필요는 없다. 학령인구는 감소하겠지만, 성인교육 시장의 규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취업 상태에 있는 재직자도, 이직 또는 전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재취업 과정은 중요한 성인교육 과정이다. 기존 대학이 교육부와 관계가 중요했다면, 재취업 과정은 고용노동부와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단순 기술 교육 중심의 재취업 교육시장에 대학이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교수법으로 무장하고 뛰어든다면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관련 규제들이 존재하겠지만, 미래대학에서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기관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창업 열풍이 거세지만, 창업 교육에서 대학은 멀어져 있다. 언제까지 학령인구 감소와 구조조정 문제에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과거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공간이었다면, 미래 대학은 현재 사회 속에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