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의 만남 : 템페스트(폭풍)
Beethoven Piano Sonata No.17 d-minor Op. 31-2 ‘Tempest'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손꼽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서거한지 400년이 지났다. 그가 남긴 작품이 수없이 많고, 그 중 영화로 제작된 것만 해도 수백 편에 달하니 가히 "셰익스피어 산업(?)”이라고 불릴만하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셰익스피어 전기가 대부분 추측으로 이루어져 그의 생애가 과대평가 되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감동을 주고 있다.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도 셰익스피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Tempest, Piano Sonata No.17 d-minor Op. 31-2)>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주제나 기교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희곡 <템페스트(Tempest, 1611년 추정)>로부터 제목을 가져왔다. 정확하게는 베토벤의 제자가 이 곡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 베토벤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을 읽어보라고 대답하였고, 그 후 이 곡의 제목도 <템페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비창, 월광, 열정> 3부작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최고의 작품으로 <템페스트>를 꼽는다.
셰익스피어 <템페스트>의 주요 주제는 “선과 악, 그리고 이해와 용서”로 이루어져 있으나, 베토벤은 당시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해와 용서”보다는 “절대 고독”을 피아노 소나타에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육체적으로 귓병 악화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는 스스로 유서를 남길만큼 일생 중 가장 절망적이었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작곡된 곡이기에 음악에서는 감정의 폭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어쩌면 베토벤은 이 곡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스스로 극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곡이 3악장을 들어보면 당시 베토벤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3악장 알레그레토(Allegretto) 발렌티나 리시차(Valentina Lisitsa, 1973-)의 연주로 들어보자.
3악장은 마치 눈앞에 폭풍우가 지나가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템페스트>라는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악장이다. 이러한 감성때문에 <템페스트> 3악장은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미셀 드빌(Michel Deville, 1931-)> 감독의 프랑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1988년>에서는 주인공의 메인 테마로 사용되었고, SF 영화 <토탈 리콜(Total Recall, 2012년>에서는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곡을 직접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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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거장의 만남…
위대한 극작가의 희곡에 감명받은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지만 셰익스피어는 문학을 통해서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었고,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서 인류에 유산을 남겼으니, 두 거장의 만남은 위대하였다.
템페스트 추천음반
1. 에밀 길레스(Emil Gilels) 1972년, DG
건반의 사자가 연주하는 절대적 명연
암울하고, 심각하고, 고독한 베토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주
2.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1993년, Philips
“생각하는 피아니스트”, 베토벤이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연주했을 것이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에 실제 사용된 연주이기도 하다.
3. 리차드 구드(Richard Goode), 1993년, Warner Classics
고독하지 않은, 우아한 베토벤을 만나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
템페스트 음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2악장을 들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