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아나운서가 이런 경력까지…
항공우주 박사에 로스쿨까지 마친 사연
◇MBC 오승훈 아나운서는 이색적인 커리어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 *출처=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
수명이 길어지면서 하나의 직업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무언가 시작하는 데에 나이가 덜 중요해지고, 능력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오승훈 아나운서는 현대 사회에 완벽 적응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MBC 아나운서지만 원래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전공을 살려 누리호 발사 때 생중계 진행을 맡기도 했다.
대전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공부해 완전히 이과형 인재의 커리어를 따르던 그가 아나운서라는 진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석사 논문을 쓰던 2005년 황우석 사건을 보도하던 <손석희의 시선집중>를 접하면서 손석희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매일 아침 손석희를 검색하고, 라디오 방송을 챙겨 듣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진로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가 아나운서를 하겠다고 맘을 먹고 어머니에게 의지를 밝히자 어머니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3일 동안 실망감에 앓아 누웠다고 한다.
◇아나운서의 꿈을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손편지였다. / *출처=shutterstock |
그러자 그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바탕으로 편지를 썼다.
토끼가 달리기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달리기만 알고 살아온 토끼였는데, 어느 날 달리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산이 보이고, 바다도 보이고, 맑은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오고 그러던 중에
거북이가 바다에서 올라와 “토끼야 안녕? 너는 늘 달리기만 하던데 결승선에는 뭐가 있어?” 묻자 토끼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생각을 스물여섯이 된 지금에야 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도전을 허락했고, 해군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이용해 아나운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는 물론 매일 신문 1면에서 32면까지 소리 내서 읽고, 1일 1작문을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대 전후로 본 KBS와 MBC 아나운서 시험 1차에서 탈락했다. 해군 장교로 근무하는 3년 동안 매일을 열심히 살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꿈에 대해 절망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겸허한 마음을 다 잡고, 다음 해 MBC에서 진행한 공개 채용 프로그램인 <신입사원>에 도전했다.
무려 5509: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3인에 발탁되면서 현재의 위치를 가질 수 있었다. 합격 후에는 원래 아나운서의 꿈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그 누구보다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던 그는 나중에라도 시사 이슈를 전달하는 데 수월하게 하기 위해 법 공부를 시작했다.
2016년 로스쿨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가서도 주어진 시간 안에 무조건 복직을 해야 하는 그는 무조건 한 번의 시험으로 변호사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부끄럽지 않게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 밥 먹는 시간 1시간, 가족과 보내는 30분을 제외하고 오전9시부터 밤 12시 반까지 꼬박 공부에만 쏟았다.
그는 그렇게 카이스트를 나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아나운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다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진로 세 개에 모두 거침없이 도전했던 그의 용기는 대중들에게 영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