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55만원, 딸기 8알 7만원…
고물가에 소비자 지갑이 닫혀도 명품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경우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명품의 인기는 패션을 넘어 식재료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400달러(한화 약 55만원)에 달하는 파인애플이 팔리는 등 럭셔리 과일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과일로까지 이어지며 프리미엄 과일 시장의 성공 원인에 대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평범한 과일보다 몇십 배는 비싼 돈을 주고도 사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맛보다도 ‘과시용’으로 판매되는 과일들
개당 395.99달러(한화 약 55만원)에 판매되는 파인애플 '루비글로'/델몬트 제공 |
CNN은 지난 19일 희귀 과일 전문 유통업체 멜리사 프로듀스(Melissa’s Produce)를 집중 취재했다. 해당 업체에서는 프리미엄 파인애플을 절찬리에 유통 및 판매 중이다.
루비글로(Ruby Glow)라고 이름이 붙여진 해당 파인애플은 개당 395.99달러에 판매 중이었다. 껍질이 붉고 당도가 월등히 높은 점이 특징이다.
멜리사 프로듀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루비글로를 ‘희귀한 보석’, ‘고급 과일의 정점’이라고 칭하며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CNN은 해당 제품이 제한적으로나마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했다. 멜리사 프로듀스 홍보이사인 로버트 슐러는 판매가 시작된 후 한 달 동안 라스베가스와 남부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에서 루비글로 25개가 팔렸다고 언급했다.
슐러는 “루비글로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요가 있는 특수한 고객층만을 대상으로 루비글로를 판매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색있는 조리법으로 70만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셰프 인플루언서 보 콜리는 루비글로의 맛이 뛰어나다고 평가했지만 사람들이 과일 자체의 맛보다도 과시용으로 해당 과일을 구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이 되면 부유한 집에서 루비글로를 중심 장식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루비글로가 과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 분석했다.
◇ 델몬트가 시작한 과일 고급화…일본에서도 활발해
속살이 분홍색인 파인애플 '핑크글로'/셔터스톡 |
루비글로를 판매하는 건 멜리사 프로듀스지만 루비글로를 처음 탄생시킨 곳은 세계적인 과일 회사 델몬트였다.
델몬트는 루비글로를 출시하기 전인 2020년에는 ‘핑크글로(Pink Glow)’ 품종을 개발했다. 개당 50달러(한화 약 7만원)에 팔린 해당 품종은 선명한 분홍색 과육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널리 알려졌다.
델몬트는 핑크글로 개발과 별도로 새로운 파인애플 품종 개발을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고, 15년이 넘는 연구기간 끝에 중국에서 소량 생산되던 루비글로 품종을 코스타리카에서 대량 생산하며 본격적으로 명품 과일 시장을 개척했다.
프리미엄 과일 시장의 등장 및 성장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2018년부터 프리미엄 과일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딸기 회사 ‘오이시’는 최고 수준의 당도를 가진 딸기 8개를 한 묶음으로 포장해 50달러(한화 약 7만원)에 판매한다. 딸기 한 알이 만 원에 가까운 가격인 셈이다.
오이시의 최고경영자(CEO) 코가 히로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딸기 8개에 50달러지만 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원만 몇천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