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제, 당뇨ㆍ불임 치료제로도 탁월
가을 제철 열매 오미자의 숨겨진 이야기
오미자 /경남 산청군 제공, 연합뉴스 사진 |
옛날 중국 만주 지방에 오씨 성을 가진 의사가 한 명 살고 있었다.
한 마을에서 전염병이 돌아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는 일이 발생해의사가 치료를 시작했는데 그만 이 과정에서 같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이후 애석하게 숨진 의사의 유지를 이어받은 세 아들이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산기슭을 돌아다니며 약재를 찾기 시작했다.
산을 타며 눈에 띄는 약초마다 가져와 약으로 써봤지만, 별다른 효험은 보지 못했다.
그러다 하루는 우연히 빨간 열매를 발견해 이를 가져와 사람들에게 먹였다.
신기하게도 이 열매를 복용한 환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쾌차했고 며칠 지나자 마을에 아픈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삼형제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이들의 성을 따와 이 빨간 열매에 오미자(吳味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다가 이 열매에 시고 떫고 짜고 맵고 단 다섯 가지 맛을 모두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섯 오'자를 붙여 오미자(五味子)라고 뜻을 바꿔 불렀다.
오미자는 목련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성 넝쿨성 다년생 식물의 열매다.
9∼10월이 되면 붉은 열매가 포도처럼 송이 져서 익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오미자의 모습이 된다.
오미자는 예로부터 남성 정력제로 자주 쓰였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미자는 허약한 것을 보하고 양기를 세게 해 음경을 커지게 하며 소갈증을 멈추고 번열을 내리게 한다.
오미자, 사상자, 구기자, 차전자, 복분자를 합친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이라는 약을 불임 치료 약으로 남성에게 처방하기도 했다.
갈수록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지금도 난임부부를 위해 이 오자연종환을 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미자를 재배하는 모습 /경남 산청군 제공, 연합뉴스 사진 |
원나라 의원 홀사혜가 쓴 의학서 음선정요나 고대 중국 방중술 비법을 적은 동현자에도 오미자의 강장효과에 대한 임상 사례가 기록됐다.
오늘날에는 비타민C, 사과산, 유기산, 주석산 등이 많아 피로 해소에 좋고 세포 산성화를 막아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당을 내리고 뇌세포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공부하는 학생이나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하는 고밀도지단백은 올려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보면 오미자의 효능을 잘 설명하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한여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오미자차를 건네받아 마셨는데 '이 세상에서 구할 수 없는 영혼의 맛'이라고 탄복했다는 것이다.
자주 갈증을 느끼는 당뇨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오미자는 한약재나 의료용 목적으로 곧잘 쓰이지만, 열매를 말려 차로 우려 마시거나 설탕과 함께 재운 진액으로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오미자 주산지는 경북 문경시로 전국 생산량의 약 45%가 이곳에서 나온다.
이밖에 강원 인제군과 전북 순창·무주군에서 재배가 활발하며 경남에서는 2012년 '친환경 오미자 생산단지'가 조성된 거창, 함양, 산청 등지에서 기르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이 한 번에 난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특유의 오묘한 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 힘들다"며 "오미자차나 오미자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산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