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이 아닌 ‘연상엽’의 인생은?
한국계 미국인이 할리웃 스타 되기까지
*출처=로이터 |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Steven Yeun)'.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에 출연해 한국 사람들에게도 얼굴을 알렸으며, '미나리(2021)'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기까지 그는 각종 차별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의 자세한 인생 스토리를 유튜브 채널 '달빛부부'에서 소개했다.
그의 한국 이름은 연상엽으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으며 이후 미국 미시간주로 이주해 자랐다.
미국 사회에서는 "미국인답지 않다"고 듣고 가정에서는 "넌 한국인답지 않다"고 듣는 여느 한국계 미국인들처럼 스티븐 연 또한 정체성에 혼란이 많았다.
그는 심지어 학교에 있을 때 '동양인은 외향적이면 안 되고 수줍음을 많이 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맞춰 성격도 바꿔서 행동했다고 한다. 사회적 인식에 맞춰 조용하고 친절한 아이로 살았는데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공부하길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대로 캘러머주 대학 심리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당시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오늘날 유명 코미디언 된 '조던 클래퍼'를 만나게 되고 연기에 대한 꿈을 품게 된다.
그는 그 이후로 조던이 속한 연기 동아리에 가입하고 졸업 이후에도 조던이 활동하고 있는 시카고로 향해 연극단 활동을 이어갔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만 구성된 코미디 그룹 단원 활동으로 시작해 미국의 명문 코미디 극단인 '세컨 시티'에 합류했다. 세컨 시티는 전설적인 배우들을 배출한 역사 깊은 극단이다.
그는 26살이 되자 배우 지망생들의 꿈의 도시 할리우드로 향했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단 15초 나오는 역할이지만 시트콤 '빅뱅이론'의 단역을 따내게 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던 오디션 현장에서 "방금 한 연기를 영어가 서투른 것처럼 다시 해봐라"라는 주문을 받기도 해 좌절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할리우드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왜 편견 덩어리들 밖에 없는 걸까"하며 낙담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동양인이어서' 드라마 '워킹데드'에 캐스팅 되게 된다.
◇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한국계 미국인 '글렌'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티븐 연 *출처=AMC 스튜디오 |
드라마 '워킹데드'는 시즌 1부터 인기 돌풍을 일으켰고 시즌5에서는 역대 케이블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주연급 비중의 한국인 캐릭터를 연기한 스티븐 연은 가장 사랑받는 등장인물로 등극했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워킹데드’에 출연했고 시즌 7을 끝으로 하차했다.
하차 후 그는 7년 교제한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을 했고 쏟아지는 할리우드에서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한국 영화를 택했다.
*출처= 넷플릭스 |
바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다.
당시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으나 ‘옥자’ 공개 이후 단 2주 만에 한국 넷플릭스 이용자 수가 2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스티븐은 초반에는 거짓 통역을 하는 등 악당 같은 짓을 하지만 후에는 개과천선하는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그는 ‘옥자’ 이후 한국 영화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졌고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배우 유아인과 공동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이루진 못했지만, 해외 매체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 크레딧에는 처음으로 ‘스티븐 연’이 아닌 한국 이름 ‘연상엽’으로 올라갔다.
그는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해 준 영화 ‘미나리’를 만났다.
◇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출처=플랜 B 엔터테인먼트 |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통해 스티븐은 자신의 아버지 삶을 비로소 이해했다고 말했으며 영화를 보고 아버지와 함께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과거 이야기를 보고 네티즌들은 “같은 1.5세 이민자로서 경험했던 외국 생활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해외사는 이민 1세대로서 정말 공감한다”, “스티븐 연만 알았는데 상엽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라며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는 최근 '겟 아웃'으로 이름을 알린 조던 필 감독의 SF 영화 '놉(Nope)'에 출연해 열연했으며, ‘옥자’의 인연으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믹키7(가제)’에 출연 확정해 촬영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