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덕분에..코로나19로 부활한 과거 ‘오렌지족의 성지’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젊음의 상징이자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세터가 모이던 성지였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부활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지만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삼삼오오 모인 2030 세대가 가득하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격변의 부동산 시장과 전무후무한 전염병으로 인해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가 공실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때 젊음의 메카였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점점 몰락해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도산공원과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사이에 ‘ㄱ’자 형태로 자리한 상권이다. 1990년대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그야말로 당대 가장 핫하고 멋스러운 동네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이나 맥도날드 1호점이 생기기도 했다.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퍼뜨린 이국적인 문화와 젊은 세대가 추구할만한 고급스러움이 만나서 가장 젊고 활기찬 이들이 모였다.
유행과 대세가 시작되는 곳인 만큼 점점 사람들이 몰려오고 나날이 명성이 올라갔지만 , 이와 함께 어두운 그림자를 맞이했다 . 높아져 가는 유명세와 함께 임대료가 너무 비싸져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상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해 ,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권이 풍부했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점점 공실이 많아져갔다. 또한 인근에 가로수길이라는 핫플레이스 상권이 나타났고, 경리단길, 성수동 등과 같은 신흥 상권도 등장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다.
착한 임대료 운동 진행해
외식업을 중심으로 상권 부활
2010년대 중반까지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가 5곳 중 1곳이 공실 상태인 만큼 험난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2017년에 임대인 10명이 모여서 ‘착한 임대료 운동’을 시작했고 임대료를 30%에서 50%까지 낮춰주는 대책을 시행했다.
이 소식이 돌자, 공실이던 상가는 점점 채워졌고 자치구에서도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몰락했던 상권이 점차 부상하게 됐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근처 도산공원의 상권과 시너지도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의류나 잡화 같은 업종만 거의 취급해서 음식점을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몰락 이후에 임대인들은 임차인을 받기 위해 기준을 다양화했고, 적극적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차인들을 받기 시작했다. 때마침 유명 셰프들도 타 상권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선택했고, 지금은 음식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운영되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부활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후 이태원, 홍대 같은 상권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2030 세대가 압구정 로데오거리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한 해외 유학생들도 과거에는 이태원에서 놀았지만, 확진자 추세로 인해 압구정 로데오거리로 몰려들었다는 해석이다.
소규모 상권 공실률 0%
빌딩 거래도 활발해져
이런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부활은 통계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압구정 소규모 상권의 공실률은 2019년 말에는 6%였지만 2020년 2분기부터 현재까지 0%를 유지하고 있다. 중대형 상권도 공실률이 급등한 타 상권에 비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서울 주요 상권의 평균적인 공실률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오히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상권의 다양화로 활기를 띠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권리금을 안 받는 점포가 여전히 많고, 서울 주요 상권 치고는 적은 5000만 원 안팎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 시장의 활성화로 빌딩 시장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가로수길 빌딩의 매매가 전무한 것과는 다르게, 압구정 상권에는 빌딩이나 꼬마빌딩의 거래가 수차례 발생했다.
재건축 이슈로 거주민 ↑
활성화될 전망으로 보여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 근처에는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지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풍부한 배후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한양, 구현대 같은 압구정 아파트들이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여 재건축 사업을 점차 추진 중이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도 보인다. 아파트가 재건축된다면 자연스레 거주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압구정 인근의 집값을 고려했을 때, 소비력이 상당한 배후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고 이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활성화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다만 풍부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2030 세대만을 겨냥한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나이 대를 고려한 상권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권이 부활하다 보니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의 임대료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 한 쪽에선 가로수길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상권의 특색을 유지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호황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인과 지자체가 합리적인 임대료에 대해서 논의하고, 상권만의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