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호텔 지으려고 땅까지 샀는데 한강뷰가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부영그룹 호텔 사업 추진
서울숲 인근, 한강뷰 호텔
최근 서울시 공원 용도변경
한강 조망권 사라질 위기
[SAND MONEY] 부영그룹은 최근 성수동 부근에 호텔·주상복합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호텔은 주차장 하나만을 한강과 사이에 두고 있어, 완공 시 한강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최근 이러한 부영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서울시에서 기존에 주차장으로 쓰고 있던 땅을 용도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해당 지역에 고층 건물이 세워질 경우 호텔이 완공되어도 한강 조망권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영그룹은 깊은 시름에 빠진 상태라고 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부영그룹은 최근 성수동 서울숲 부근에 호텔과 주상복합 등의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2024년까지 5성급 호텔과 48층 규모의 주상복합, 800석 이상의 공연장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었다.
부영은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2009년도에 이미 성수동 1가 685번지 일대의 부지 약 1만 9,002㎡를 3,700억 원이라는 값을 치르고 매입했다. 부영그룹이 이처럼 높은 값을 주고서라도 부지 매입에 나선 것은 맞은편 땅이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한강뷰 이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부영그룹에서는 지난해 착공 승인을 받은 뒤 호텔과 주상복합을 건설하기 위해 매입 10년 만에 첫 삽을 떴다. 그런데 진전에 속도를 내려던 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맞은편에 있던 주차장 부지가 용도변경이 되면서 또 다른 아파트가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영이 계획했던 한강뷰 5성급 호텔의 꿈은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렇다면 서울시에서는 공원 주차장으로 잘 쓰고 있던 부지를 왜 갑자기 용도변경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수변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가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현대제철에서 보유 중인 공장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은 무려 4,000~5,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따라서 서울시에서는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근 땅을 자연녹지지역에서 준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한 뒤 이를 민간에 매각해 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주차장 부지가 민간에 매각된 뒤 고급 주택단지가 세워질 경우 갤러리아포레·아크로포레스트 못지않은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는 부영그룹이 밀고 나가던 한강뷰 호텔 사업에는 큰 차질을 주기 때문에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표시멘트 공장 공원화 계획 역시 2004년부터 얘기가 나오던 건인만큼, 서울시에서는 이 계획을 쉽게 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몇 달 전 부영그룹에서는 5성급 부영호텔과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던 성수동 1가 부지에 중대형 공연장까지 들이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은 바 있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 ‘뚝섬 지구단위계획 및 특별계획구역Ⅲ·Ⅳ 세부개발계획’이 고시되었다.
본 계획에 의하자면 부영호텔에는 약 800~1,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이 가능한 중대형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는 미술 전시장 디뮤지엄이 들어오게 되면서 성수동 전역이 새로운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감을 한껏 안고 있었다.
성동구청장은 “다양한 문화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 및 조성하면서 명실공히 한국의 브루클린이자 문화예술도시로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중들 역시 한때 공장부지에 불과했던 성수동이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을 하루속히 보고 싶다며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급 호텔과 고급 주거 단지, 그리고 복합문화공간까지 갖춘 성수의 새로운 이정표를 희망했던 부영그룹의 계획은 서울시의 주차장 용도변경 계획 앞에서 막혀있는 상태다. 관계자들은 “한강 조망권이 막히면 부영그룹이 건립하는 건물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라고 예측했다.
한편 부영그룹 외에도 최근 일부 건설사들이 호텔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요진건설산업이 투자한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이나 DL이엔씨에서 론칭한 글래드 호텔 등이 그 예다. 부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주도 일대에 호텔 건립이 가능한 부지를 확보해두고 사업개발을 추진하며, 앞서 살펴본 서울숲 호텔도 함께 계획을 구체화시켜 이를 실현하고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이 건설사가 호텔 사업에 나서는 이유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한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호텔 건설로 건설사가 가진 기술을 홍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영그룹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하던 호텔 사업 계획이 일부 막힌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어떻게 찾아낼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