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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장이 어디냐면요…’ 구찌 임원· 돌체 이사의 놀라운 직업

한 기업의 임원진이 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고로 임원진이란 업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한 직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영향력도 요구되기에, 단순한 경력만으로는 기업 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의 이사와 구단주로 의외의 인물이 선정되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색적인 경력으로 화제를 모은 임원진은 과연 누구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명품 브랜드 사로잡은 배우

왼쪽부터 장 리우, 티잔 티암, 엠마 왓슨

다국적 패션 그룹 케링 그룹은 지난 6월 16일 새로운 임원 3명을 발표했다. 케링 그룹은 생로랑,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을 보유한 곳으로, LVMH와 함께 명품 패션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으로 크레디트 스위스의 전 CEO 티잔 티암과 디디추싱의 사장 장 리우, 그리고 배우 엠마 왓슨이 임명되었다.

(좌) 프랑소와 앙리 피노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엠마 왓슨이다. 그녀는 케링 그룹의 비상임 이사이자, 지속가능성 위원회 의장직을 맡게 됐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평가하는 ‘굿온유’ 앱의 모델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케링그룹의 CEO 프랑스와 앙리 피노는 그녀의 이사회 임명 소식에 “다양한 관점과 배경은 이사회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라 밝히며 환영의 뜻을 표현했다.

‘현실판 헤르미온느’ 케링 그룹의 이유 있는 선택

(좌) 2016년 멧 갈라 행사, (우) 피플트리 화보 사진

사실 엠마 왓슨의 이력을 살펴보면 케링 그룹의 선택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녀는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할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을 펼쳐왔다.


엠마 왓슨은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옷만을 착용하는 그린 카펫 챌린지에 참여하는가 하면, 2016년 멧 갈라 행사에서는 재활용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피플트리’의 모델이자 디자이너로 활약하면서, 오랜 시간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활동을 펼쳐왔다.

(좌) CEO 탄소 중립 챌린지에 참여한 구찌 CEO 마르코 비자리, (우) 지속가능패션을 주장하는 시위 현장

케링 그룹 역시 엠마 왓슨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닌 ‘운동가’라는 이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 패션계에서는 환경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케링 그룹도 ‘지속 가능성’을 전략 중 하나로 삼아왔지만, 구찌·생로랑 등의 대표 브랜드들은 친환경 부분에 있어 늘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엠마 왓슨이 이사회에 합류함으로써, 그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폴 매카트니의 모습

물론 케링 그룹의 이러한 조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이들의 경쟁사 LVMH 그룹은 환경문제 집행 위원회 고문으로 스텔라 매카트니를 영입했다. 스텔라는 잉글랜드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자녀로 유명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동물 보호 운동가로 활동 중인 린다 매카트니다. 엠마 왓슨은 세계적인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로서 스텔라 매카트니와 유사한 점이 많다. 케링 그룹도 이 점에 주목해 엠마 왓슨을 통해 LVMH 그룹의 지속 가능한 패션에 맞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인 잡지 모델의 도전

루마니아 프로축구팀 FC 헤르만슈타트 구단도 의외의 인물 아나마리아 프로댄을 구단주로 맞이하게 됐다. 아나마리아 프로댄은 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녀는 2008년 루마니아 국가대표팀 선수 라우렌티우 레게캄프와 결혼한 후 축구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다. 루마니아 내에서 여성이 FIFA(국제축구연맹) 공인 에이전트로 활동한 건 프로댄이 최초다.

프로댄은 에이전트로서 뛰어난 사업 수완을 펼치며 빠르게 부를 축적해갔다. 첼시와 유벤투스에서 활약했던 루마니아 선수 아드리안 무투도 그녀의 고객 중 한 명이다.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은 프로댄은 2020년 6월 헤르만슈트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구단주로도 우뚝 서게 된다. 그녀는 구단주로서 63만 파운드(한화 약 9억 6,400만 원)의 구단 빚을 상환할 계획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댄은 이사회에 변화를 꾀했다. 자신의 딸 레베카 두미트레스쿠를 운영진에 포함한것이다. 레베카는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로, 임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한다. 이사회 내에서는 구단주인 프로댄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임원으로 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이 구단주, 현직 명품 브랜드 모델이 임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헤르만슈타트 구단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세 사람은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아 임원직 자리를 차지하면서, 기업과 구단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의 직업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엠마 왓슨과 아나마리아 프로댄, 그리고 레베카 두미트레스쿠 모두 기업과 구단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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