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전용 ‘골드 클래스 영화관’ 들어선다는 이 아파트의 정체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출을 삼가게 되면서 ‘내 집’에서 보내는 삶의 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아파트를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로써 그간 대중의 수요가 높았던 헬스장, 목욕탕, 도서관은 대중을 놀라게 할 입주민 전용서비스라 하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주거 패러다임이 ‘하이엔드 주거문화’의 기준을 또 한 번 성큼 올려놓은 것이다. 과연 최근 건설사들은 어떤 입주민 전용 서비스를 기획하고 선보였는지 한 번 알아보자.
비즈니스석에서 영화 관람하는 느낌
기존 영화 푯값의 3분의1가격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 프리미엄 아파트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큰 화제를 낳았다. 해당 게시글은 내년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입주민 전용 CGV 영화관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고 싶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제 영화도 부자들끼리 보는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입주 전부터 큰 화제를 몰고 온 아파트는 바로 이번 달 말 준공을 앞둔 서초 그랑자이이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건설사 GS건설에 따르면, 서초 그랑자이에는 CGV골드 클래스 수준의 프리미엄 상영관이 구축될 예정이다. 골드클래스는 CGV가 왕십리관에서 처음 도입한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전 좌석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돼 있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관객이 어느 좌석에 앉더라도 고른 소리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조정했다.
리퍼와 물티슈를 받는다. 또한,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테이블도 이용 가능한데 골드클래스관을 이용해 본 고객 사이에서는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라는 평이 오간다.
CGV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서초 그랑자이 내 영화관은 오로지 서초그랑자이 입주민 또는 입주민이 동반한 외부인만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영화관은 관람객이 기존에 정해진 상영시간표 중 원하는 시간대를 취사선택하는 것이었다면, 입주민 전용 영화관은 입주민이 사전에 요청할 경우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서비스도 논의 중에 있다.
이밖에 입주민 대상 가격적 메리트도 상당하다. CGV골드클래스 가격은 1만3000원에 책정돼 있는데 입주민에게는 기존 가격의 3분의 1수준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일반 상영관 관람료 수준으로 프리미엄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석 예약시스템 역시 입주민의 편의를 고려해 자이 입주민이 이용하는 ‘자이 스마트홈’ 앱에서 구현될 예정이다.
외출활동 꺼리는 대신 실내활동↑
주거문화 변화 계속될 것
그렇다면 CGV는 어떤 연유로 건설사와 손잡고 입주민 전용 영화관을 선보이게 됐을까. 그간 영화관은 최대한 유동 인구가 많은 유리한 상권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한 공동체만을 위한 공간으로 그간의 관행을 뒤집은 것이라 그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CGV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을 내왔다. 박정신 CGV 신성장 담당 상무는 “3년 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가 늘어났을 땐 사람들이 다들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다들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꺼린다”라며 “이제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중이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즉 입주민 전용 영화관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주거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실험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 왓챠를 비롯한 OTT 서비스가 힘을 키워가는 현재 ‘집과 가까운 영화관’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문에 대해서도 박 상무는 “내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양질의 관람 환경과 스토리의 완성도가 그 공간만의 인상적인 경험을 만든다”라며 “결국 공간 기반의 경험에 열쇠가 있다고 본다”라며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정원, 캠핑장, 건강검진 서비스
부대시설 갖춘 아파트 선호경향↑
영화관이 다가 아니다. 건설사들은 ‘최초’ 타이틀을 달고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프리미엄 입주민 전용 서비스를 속속들이 선보이는 중이다. 이번 달 분양이 예정된 서초구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입주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단지 내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테마공원 리조트가 조성된다. 총 7개로 구성된 정원들은 에머랄드, 토파즈, 루비 등 보석의 색채를 입혀 각기 다른 분위기로 연출될 예정이다.
맞벌이 부부가 솔깃할 입주민 서비스도 있다. 지난달 공공분양 물량에 대한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경기도 의왕시 소재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는 키즈 관련 커뮤니티 시설을 특화시켰다. 법정 기준 면적보다 2배 넓은 종합보육센터를 설치해 어린이집과 드로잉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마련한 것이다.
이밖에 두산건설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양산’은 입주민에게 조식·중식·간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캠핑장·야외 물놀이장·야외 골프퍼팅연습장등 입주민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포스코 건설의 ‘더샵 세트로’도 단지 내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닉가든’을 비롯한 텃밭으로 활용이 가능한 ‘팜가든’등을 마련했다.
입주민 전용 건강검진 서비스를 내놓은 아파트도 있다. ‘양평 다문지구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는 단지 내 별동건물인 U-라이프센터를 통해 입주민 전용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헬스케어서비스와 문화강좌, 자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하이엔드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아파트들이 증가하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려나 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는 점차 증가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주거 공간을 고르는 기준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당분간 다채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주거공간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