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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이 곧 집값” 아파트 이름 바꿔 얼마나 올랐냐면요

최근 인터넷에선 아파트 작명법이란 글이 화제를 모았다.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면 ‘더퍼스트’, 4차선 이상의 도로가 있다면 ‘센트럴’,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리버’, ‘레이크’, 바다가 있다면 ‘오션’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아파트 이름이 바뀌면 집값에 영향이 있는 걸까? 고급화, 차별화를 두기 위해 바꾼다는 아파트 이름. 과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지역명에서 브랜드명으로

80% 이상의 서면 동의 필요해


2019년 9월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초에코리치’ 아파트 단지에는 아파트 이름을 ‘호반써밋’으로 바꿔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아파트 브랜드를 넣은 이름으로 바꿔달라는 입주민의 요구 또한 빗발쳤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는 최근 ‘자연앤’을 뺀 ‘이편한세상자이’로 바뀌었다.


아파트 이름을 바꾸기 위해선 소유자 75% 이상이 참여해 집회 결의를 하거나 80% 이상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시공사로부터 변경허가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 동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해도 이미 상표권이 등록되어 있는 명칭이라면 바꿀 수 없다.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 주민들이 개명을 신청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파트 이름 그 자체 때문은 아니다. 아파트의 얼굴이라 여겨지는 이름이 집값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름에서 건설사를 지우는 곳도 종종 등장한다. 서울 위례 부양 입주민은 2019년 주민들의 동의를 통해 위례 더힐55로 개명했다.


과거 아파트 단지명들은 압구정 현대1차, 대치 쌍용1차 등 건설사와 지역명을 토대로 작명되었다. 2000년 이후부턴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시되어 브랜드명이 이름 뒤에 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삼성 아이파크, 역삼 푸르지오 등을 들 수 있다.

브랜드명 이름이 흔해지자 건설사들은 펫네임(Pet Name. 애칭)을 내세워 차별화 전략에 들어갔다. 이촌 래미안 첼리투스, 방배 롯테캐슬 아르떼, 반포 디에이치 라클라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정 지역명을 넣어 개명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는 인근에 위치한 ‘광교신도시’를 이름에 넣었다. 광교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서울 아현동의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는 최근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꿨다. ‘마포’가 가져오는 중산층의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실제 행정구역과 아파트 명이 다른 것에 대해 관계자는 “판례를 통해 아파트 명칭 변경이 이루어진다. 판례에선 행정구역 명칭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인근 아파트 명칭에 혼동을 주거나 타인의 이익에 침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LH 없애려는 입주민도 늘어

유행처럼 번진 부정적 인식


LH가 공급한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없애려는 입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인식으로 집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구 칠성휴먼시아는 2019년 6월 대구역 서희스타힐스로 개명했다. 역세권 입지를 강조하는 ‘대구역’과 시공사인 ‘서희스타힐스’를 조합한 이름이다.


2017년 7월 입주한 부산의 범일LH오션브릿지의 경우도 입주 1년 만에 오션브릿지로 LH를 뺀 이름으로 바꿨다. 이렇다 보니 부산지역에서 공공 분양된 다른 LH아파트도 이름에서 LH를 떼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H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한 ‘휴거’, LH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인 앨사 등이란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공공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다. 이는 특히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LH도 이 같은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신규 브랜드 출시에 나섰다. ‘안단테’라는 브랜드명으로 2019년 상반기 공공 분양에 나선 것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 거의 없어

혼란과 불편 키운다는 지적도


입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LH라는 브랜드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분석되었다. 공공아파트의 경우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가치를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오션브릿지’는 2019년 7월 3억 7800만 원에 거래되었지만 개명 후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수준으로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위례더힐55’ 역시 개명 후에도 시세가 7000만 원 정도 더 낮아지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의하면 능실마을 20단지 LH아파트는 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3억 3천만 원에서 3억 5750만 원으로 상승했지만, 옆 단지에 위치한 호매실 스웨첸 능실은 개명 전후 매매가는 2억 8700만 원에 그치면서 그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파트 개명만으로 매매가가 상승된다고 보긴 어렵다. 입지나 교육 등의 요인이 합쳐졌을 때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이름을 바꾼다고 아파트에 대한 평판과 이미지가 확연하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며 “익숙해진 브랜드를 자주 바꾼다면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문주 유행도 번지고 있어

집값 올리려는 의도


개명에 이어 문주 달기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서 문주란 아파트 정문에 설치하는 출입구를 의미한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은 거대하고 멋스러운 문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고 있다. 이에 구축 아파트 역시 문주를 새로 설치하며 기존 이미지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보라매 신동아파밀리에의 문주가 새로 설치되었다. 기존 단지명이었던 신대림 2차 신동아파밀리에에서 보라매를 더하고 신대림2차를 빼는 개명까지 추진되었다. 아파트 문주 설치는 입주자들의 동의가 모이면 비교적 쉽게 추진된다. 입주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아파트의 얼굴을 대표하는 문주를 달아 이미지를 멋스럽게 변경하고 집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주 역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높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남서울힐스테이트에선 1억 1천만 원을 들여 문주와 추가 문주를 설치하겠다는 의결이 나왔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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