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대기업들 다 떠나고 임대 현수막만 날린다는 지역
1970년대 섬유, 전자산업의 중심으로 일컬어지며 대한민국 대표공단을 상징했던 구미. 현재 대기업들이 다 떠나자 경제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부 규제로 인해 풍선효과까지 번졌다는데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자.
해외로 이전하는 공장들
올 상반기 최고 실업률 기록
20세기 한국 수출을 책임진 대표적 수출 산업도시인 구미. 현재는 과거에 비해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인건비 문제로 대다수의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 이전을 하고 있고 수도권으로도 공장이 이전함에 따라 투자 정체가 계속되면서 구미시의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특히 2010년 삼성전자의 베트남 이전으로 구미의 경쟁력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삼성과 LG가 10여년간 사업장을 차례로 이전하면서 구미에 있던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10년전과 비교해보면 구미산업단지의 공장가동률은 20% 정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의 도시를 상징했던 구미는 올해 상반기 전국 최고 실업률을 기록했다. 구미에 있던 LG디스플레이 공장도 10년간 6곳 중 3곳은 가동을 멈췄다. 구미를 대신해 파주에 공장을 늘린 것인데 다른 대기업들의 공장들도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중 매출 1천억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 중 구미지역 본사 기업이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구미상공회의소의 ‘2019년 매출 1천억원 이상 본사 구미 소재 기업체 현황 및 경영실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9년 매출 1천억원 이상의 구미 본사 기업체는 18개사로 나타났다.
전월세 대책 등 부동산 시장 출렁
산동·장천면 일대 땅, 아파트값 치솟아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과 기존 대기업들이 구미를 떠나면서 구미의 경제는 그야말로 악화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전월세 대책,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등의 이슈가 잇따르면서 구미 부동산 시장도 함께 출렁이고 있다.
구미는 2020년 초부터 통합신공항이 군위·의성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로 양포동을 비롯한 산동, 장천면 일대 땅과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2019년 아파트분양은 저조했지만 수도권 투자자들로 인해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오른바 있다. 지난해 미분양 아파트가 700여 가구에 이르렀던 반면 올해는 300여 가구로 줄었다.
작년 9월에는 조용하던 구미에 외지인들로 가득했다. 아파트를 사러 온 ‘갭투자자들’이었는데 이들은 공인중개업소를 돌며 아파트를 사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은 수천만원에서 1억씩 뛰었다. 구미 옥계동에 있는 ‘현진에버빌엠파이어’ 전용 103㎡의 경우 1년전 1억1900만원에 팔렸지만 1년이 지난 2020년 8월 말에는 3억 5천만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공단동 ‘주동4단지’ 전용 39㎡의 경우 지난 7월 4천만원이 오른 7500만 원에 거래됐다.
땅값은 아직 뛰고 있는 모양새다. 통합신공항과 15분 거리에 위치하는 산동면 백현리 일대 산은 평당 5천원에서 1만원까지 올랐으며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이 일대의 땅값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미시는 통합신공항을 등에 업고 발전하기 위해 신공항전략 TF팀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구미 기업 전망 팩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글쓴이는 부동산 유튜버, 방송 등에 따른 구미 투자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8년 전에도 구미 아파트 샀다가 손해보고 떠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라며 “유해환경에 아이 키울 환경 열악하니 초등학교까지 다니고 대구 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경쟁력 확보 나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 회복 기미
지난 7월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경북 구미시와 구미시의회는 대기업 및 국회를 찾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장세용 구미시장과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LG그룹 본사에 방문해 신규 투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발전을 위한 국가 예산 확보와 더불어 상생형 일자리, 구미5산단 분양 활성화, 스마트산단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표 산업단지 구미산단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구미의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이 지난해 3분기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구미상공회의소 기업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 분기보다 20p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공회의소 김달호 부국장은 “코로나19로 힘들지만 LG화학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의 5단지 투자와 호재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