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다. 알고 나면 아까워지는 음료 사이즈의 숨겨진 비밀
요즘 카페에 방문하면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다. 카페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메뉴를 결정하고 나서도 사이즈와 별도 옵션 등을 더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결정 장애”라고 칭하며 메뉴 선택을 어려워하곤 하는데, 선택지는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게 힘든 사람들은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OO 사이즈로 해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시키는 음료 사이즈와 가격에 사실 숨겨진 비밀이 있다.
카페마다 사이즈 표기 다양해
소비자들은 큰 사이즈로 어림짐작
카페마다 사이즈 표기 방식은 다양하다. 레귤러, 라지처럼 상대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곳도 있는가 하면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는 사이즈 표도 있다. 스타벅스나 탐앤탐스 등의 메뉴판을 보면, ‘Tall’, ‘Grande’, ‘Venti’ 등으로 사이즈가 표기되어 있다. 라틴어를 공부한, 특히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심코 듣기엔 크기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사이즈명은 스타벅스 전 회장인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어에서 따와서 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어에서 Venti는 숫자 20을 뜻하기 때문에 20온스(600ml)의 음료 사이즈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all은 ‘큰’, Grande는 ‘굉장히 큰’ 정도의 뜻이라서 애매하다는 말도 많다. 차라리 ‘용량을 구체적으로 표기해두는 편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차의 경우에도 Large, Jumbo의 두 사이즈가 있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가 Large라는 이름을 달아서 생각보다 적은 양에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Jumbo는 영어로 ‘아주 큰, 특대의’ 뜻을 갖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뜻을 알아가며 소비를 하진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로 어림짐작할 뿐이라고 한다.
용량과 가격의 상관관계
가격 차이는 1,000원 정도
Regular, Large 등으로 나누거나 원 사이즈 판매 방식을 통해 사이즈를 세분화 시키지 않은 카페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음료 사이즈가 존재하는 곳이 많은 만큼 용량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알아볼까 한다. 물론, 몇 년 전 ‘헤럴드 경제’가 측정한 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지점별로 양이 제멋대로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우선 규정을 기준으로 용량과 가격을 비교해보았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Short(237ml), Tall(335ml), Grande(473ml), Venti(591ml)라고 규정해놓았으며 탐앤탐스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선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사이즈인 Tall과 Grande 사이즈를 보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기본 사이즈인 Tall은 4,100원이고 Grande는 4,600원으로 5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용량은 약 100ml가 차이 난다. 한국 기준 제일 큰 사이즈인 Venti의 경우에도 용량 차이는 250ml 이상인데도 가격 차이는 1,000원 정도이다.
가격 차별과 관련
충성 고객 보유도 중요
그런데 많은 용량이 저렴한 걸까, 적은 용량이 비싼 걸까? 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을 법하다. 사실 이런 사이즈별 가격표가 비단 음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보쌈, 족발과 같은 음식들도 종종 小, 中, 大로 나뉘어있지만 몇 천 원 차이만 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제학에서의 가격 차별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가격 차별은 독점기업이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 계층 간의 수요탄력성이 다를 경우, 시장을 2개 이상으로 분할해서 분할된 각 시장에 상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카페들이 많은 만큼 어떤 카페 브랜드가 독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카페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 원리를 적용시키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기준 사이즈는 Tall 사이즈로 직원들도 Tall 사이즈를 기준으로 물어본다. 그래서 Short 사이즈가 가장 작은 사이즈임에도 이 사이즈가 가장 작은 사이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Tall 사이즈의 판매량이 제일 많다고 한다. 물론 테이크 아웃 영향으로 대용량화가 진행되면서 Grande 사이즈의 판매량이 늘면서 이전보다 점유율은 줄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이렇게 Short 사이즈는 메뉴판에서 없애고, Tall을 기본 사이즈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일부 소비자가 Tall보다는 Grande 사이즈 커피를 구입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한 고정비라면 매출을 최대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임대료는 동일하고 Tall을 팔든 Grande를 팔든 직원 및 아르바이트생들의 월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비싼 것을 파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이즈별 가격 차이를 적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이렌 오더에는 Short 사이즈가 표기되어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매장 내 메뉴판에서 Short는 사라졌으며, Tall부터 시작한다.)
대용량의 비싼 음료 기준
‘가성비’와 ‘가용비’가 중요
대부분의 카페 음료 가격은 대용량의 비싼 음료가 기준이 된다. 대용량의 비싼 음료 가격을 정하고 더 작은 사이즈 음료와의 가격 차이를 적게 둠으로써 소비자가 조금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가성비’가 키워드가 된 지 오래된 요즘 ‘가용비’라는 말 역시 많다. 가격 대비 용량이라는 말인데, 이와 같은 사이즈별 음료에 가용비를 적용시키면, 소비자가 “대용량이 합리적이다”라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많은 양을 마시고, 많은 양이 필요해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훨씬 많은 양의 음료를 마시게 된다고 한다. 커피의 경우 특히 그렇다. 보도에 따르면 사람들이 평소에 집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양은 약 180~250ml 정도로 Short 사이즈와 비슷한 정도의 양이다. 즉 Short 사이즈 정도로 만족할 사람도 혹은 많아봤자 Tall 사이즈를 먹으면 충분할 사람도 이렇게 합리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더 큰 사이즈를 주문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와 ‘가용비’가 중요해진 시대, 때때로 많은 소비자들은 수치가 보여주는 착각에 빠져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거나 무심코 필요 이상의 것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이즈 세분화의 비밀은 카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많은 것들에 이런 비밀스러운 판매 전략이 숨어있다.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