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시 식사용 메뉴 추천 TOP5
자고로 여행이란 많이 먹고 많이 걷는 것. 이런 여행관으로 3개월간 스페인 구석구석을 다니며 기록하고 기억한 것 중 일부를 얘기하려고 한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에는 축구, 투우, 플라멩코, 그리고 뜨거운 정열의 나라 등이 있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같이 삼면이 바다 둘러싸여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고, 산지 축산이 발달하여 육류, 특히 돼지고기를 활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해산물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입이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홀로 스페인에 장기체류하며 먹었던 음식들 중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할 메뉴들을 추려보았다.
1. 빠에야(Paella) – 채소, 고기, 해산물과 쌀로 만든 요리
(왼쪽) 빌바오에서 먹은 해산물 빠에야 (오른쪽) 로그로뇨에서 먹은 치킨 빠에야 |
(왼쪽) 발렌시아에서 먹은 로브스터 빠에야 (오른쪽) 피스테라에서 먹은 해산물 빠에야 |
빠에야는 스페인의 어느 지역에서든 쉽게 맛볼 수 있는 요리이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이상 가격도 10~15유로(13,000~20,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에 식사용으로 이만한 메뉴가 없다.
해안지방(대표적으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말라가 등)의 경우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빠에야가 많으며, 내륙지방(마드리드, 부르고스, 레온 등)의 경우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오징어 먹물 빠에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빠에야는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세계 최고가 향신료인 샤프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프라이팬 하나에 1.5~2인분 양이 나오므로 혼자 먹기엔 다소 많을 수 있다.(하지만 혼자 다 먹은 건 함정..) 그릇에 덜어 나오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팬 통째로 갖다 주니 그대로 퍼먹도록 하자!
한국 사람이라면 볶음밥을 먹을 때 그릇에 눌어붙은 밥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 빠에야를 먹을 때 자연스럽게 그릇에 눌어 붙은 밥을 박박 긁어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중년 부부가 그런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며 꼭 먹어보라고 얘기해줬는데, 먼저 일어나는 그들의 그릇을 보니 눌어 붙은 밥이 그대로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를 보던 그 눈빛은 신기함이 아니라 충격의 눈빛 같기도 하다. 조금 상처를 받았지만… 문화 차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꾸준히 팬에 눌어 붙은 밥을 긁어 먹었다. 혹시 현지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긁어 먹기를!
2. 꼬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
마드리드에서 먹은 꼬치니요 아사도. 사람이 적어서 통째로 나오진 않아서 아쉬웠다. |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에서도 소개가 되었던 꼬치니요 아사도는 새끼 돼지를 통째로 화덕에 구워낸 카스티야 지역의 전통요리이다. 마드리드와 세고비아에 전문 요리점이 많다. 통째로 구워낸 요리라고 하지만 인원이 많지 않으면 1인분씩 담아져 나온다. 간혹 인원이 많은 테이블에서 통째로 구워낸 새끼 돼지를 가져와 접시로 고기를 잘라 덜어주는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접시에 담긴 고기를 보다가 발톱이나 귀를 보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원래 족발도 먹고 국밥도 먹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이 되어있다.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 부드러운 살코기 식감과 더불어 풍부한 향과 육즙이 최고라 할 수 있다. 약간 느끼할 수 있으니 와인이나 상그리아와 함께 먹으면 더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3. 출레똔(Chuletón)
(왼쪽) 폰세바돈에서 먹은 출레똔. 스테이크 밑에 깔려 있는 빵이 별미였다. (오른쪽) 세비야에서 먹은 출레똔. 다른 곳에 비해 고기의 양이 약간 적었지만 맛은 최고였다. |
출레똔은 스페인 대부분 지역에서 즐기는 스테이크 요리이다. 갈비뼈가 붙어 있는 채로 큼지막하게 구워낸 요리로, 1인분에 최소 400g 정도로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에 비하면 15~20유로(20,000~26,000원)정도의 가격은 아주 착하다. 대부분 감자튀김이나 삶은 감자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2명이서 먹어도 될듯한 양이다. (물론 나는 혼자였으므로 혼자 다 먹었지만…)
큰 조각으로 구워서 그런지 느껴지는 풍미와 육즙이 정말 훌륭하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채식주의자만 아니라면 꼭 먹어보길 권한다.
4. 돼지고기 스테이크(Filete de cerdo)
(왼쪽) 스위트 소스가 뿌려진 돼지고기 스테이크. (오른쪽) 소스 없이 기본 간만 되어 나온 돼지고기 스테이크. |
가장 맛있었던 위스키 소스가 뿌려진 돼지고기 스테이크. |
스페인에서는 돼지고기 스테이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보통 샐러드와 세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트 가격은 10유로(13,000원) 내외이다. 또 감자튀김도 함께 나오는데 소스 선택이 없는 스테이크의 경우 짭짤한 편이므로 간이 심심한 감자튀김과 먹으면 딱 좋다.
반면에 소스 선택이 가능한 곳에서는 크게 3가지 소스가 있다. 스위트 소스, 위스키를 베이스로 만든 위스키 소스, 그리고 양젖으로 만든 로크포르 소스. 가능하다면 한 번씩 먹어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위스키 소스를 추천한다. 어떤 입맛도 좋아할 맛이다. 부드럽게 익힌 돼지고기와 달짝지근한 소스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간단해 보이지만 완성도가 높은 요리이며 누구나 좋아할 맛이니 스페인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먹어보도록 하자!
5. 하몽(Jamón)
(왼쪽) 하몽과 치즈. 얇게 썬 치즈에 하몽을 얹어 함께 먹는것이 일반적으로 먹는 방법이다. (오른쪽) 하몽은 나이프로 썰어서 감자튀김과 토마토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한다. |
하몽은 돼지 뒷다리 넓적다리 부위를 통째로 소금에 절인 후 건조하고 숙성시켜 만든 생햄이다. 처음에는 생햄이라 하여 약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베이컨과 비슷한 맛과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많은 종류의 하몽과 하몽을 활용한 요리들을 먹게 되었고 하몽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나는 하몽과 치즈, 바게트 빵을 구입하여 아침 식사나 술안주로 저렴하게 즐겼다. 또 달콤한 멜론에 짭짤한 하몽을 얹어 먹으면 별미이니 한 번 먹어보시길.
다음 편에서는 식사 용이 아닌, 다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