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 트럭과 꽝” 볼보…“100m 절벽서 쿵” 현대차, 안전대박 경쟁
현대차그룹, 미국서 안전대박
‘안전 대명사’ 볼보 수준 실력
美충돌테스트서도 실력 입증
볼보(왼쪽)와 제네시스 안전성 테스트 장면 [사진출처=볼보, IIHS] |
“한두 번이면 기적, 그 이상이면 실력”
현대자동차그룹이 ‘안전 대명사’ 볼보에 맞먹는 실력을 잇달아 보여줬다. 글로벌 자동차브랜드 격전장인 미국에서다. 크게 알려진 ‘안전대박’만 세 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를, 전기차인 기아 EV6는 아이스하키 스타 선수를 살렸다. 이번에는 현대차 아반떼N(현지명 엘란트라N)이 100여m 절벽 사고에서 생명을 지켰다. 현대차그룹의 안전대박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사실을 입증받은 셈이다.
아반떼N·EV6·GV80 생명 살려
아반떼N 사고 장면 [사진출처=클로에 필즈 트위터 캡처] |
아반떼N·EV6·GV80 생명 살려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클로에 필즈와 크리스티안 젤라다 커플은 이달 중순 아반떼N을 타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여행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오후 LA 카운티에 있는 엔젤레스 내셔널 국유림을 지나다 아반떼N이 자갈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300피트(91m) 협곡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아반떼N은 크게 파손됐지만 커플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필즈는 트위터에 “현대 아반떼N은 정말 훌륭하다”며 “300피트 아래 떨어져서도 나는 살아남았다”고 올렸다.
아이스하키 선수 목숨을 구한 EV6 [사진출처=야그르 인스타그램 갭쳐] |
기아 EV6도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에서 활약하며 전설로 불리는 체코 출신 아이스하키 선수를 살렸다. 지난 5월 야르오미르 야그르는 인스타그램에 사고로 일그러진 EV6 사진을 게재하며 “기아가 나를 구했다”고 밝혔다.
야그르는 사고일 아침 EV6로 시내 도로를 달리던 중 트램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트램이 달리는 레일 위에 멈춰섰기 때문이다. 트램은 EV6 왼쪽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트램 무게를 감안하면 저속으로 충돌했다 하더라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야그르는 “나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며 “트램이 부딪히는 순간에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한쪽 손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을 뿐 사고 직후 파손된 EV6를 촬영하는 등 멀쩡한 모습을 보였다.
타이거 우즈 생명을 살려줘 유명해진 제네시스 GV80 [사진출처=현대차] |
지난해 2월에는 제네시스 GV80이 타이거 우즈를 살려줬다. 우즈는 당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 행사 차량으로 지원된 GV80을 운전했다.
LA 인근 도로를 달리던 중 전복사고로 굴르면서 중앙분리대와 나무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로 우즈는 다리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LA 경찰은 “차량 앞면, 범퍼는 완파됐지만, 내부는 대체로 손상되지 않아 운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우즈를 살린 것은 GV80에 장착된 에어백”이라며 “총 10개의 안전 표준 이상의 에어백과 운전자 신체를 고정해 충격을 완화하는 무릎 에어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우즈는 이후 재활 치료에 전념했고, 사고 9개월 만에 골프채를 잡고 스윙하는 3초짜리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초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식사자리를 갖고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IIHS 충돌테스트서 우수·최우수 성적표
GV80 충돌테스트 [사진출처=IIHS] |
현대차 아반떼, 기아 EV6, 제네시스 GV80은 모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 ‘우수’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IIHS는 195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매년 미국에 출시된 차량의 충돌 안정 성능 및 충돌 예방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최고 안전성을 나타낸 차량에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양호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차량에는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을 매긴다. TSP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운전석 스몰 오버랩 ▲조수석 스몰 오버랩 ▲전면 충돌 ▲측면 충돌 ▲지붕 강성 ▲머리지지대 6개 충돌 안전 항목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 등급을 받아야 한다.
전방 충돌방지 시스템 테스트(차량과 차량, 차량과 보행자)에서 ‘우수’ 이상의 등급, 전조등 평가에서 양호 이상의 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TSP+ 등급은 여기에 더해 전조등 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전 트림의 기본 사양으로 갖춰야 한다.
TSP+를 획득한 EV6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아반떼는 TSP를 받았다. 기아 EV6와 제네시스 GV80은 TSP+를 획득했다. GV80은 우즈가 사고난 지 1개월여 뒤 TSP+를 받아 생명지킴이 실력을 입증했다. 또 한수 위로 여겨졌던 프리미엄 SUV를 모두 이겼다.
GV80이 속해 있는 중형 럭셔리 SUV 분야에서 BMW X5, 메르세데스 벤츠 GLC, 렉서스 RX 등 경쟁차들은 한 단계 아래인 TSP 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같은 차급에서 볼보 XC90은 TSP+를 받긴 했지만, IIHS는 차량 대 보행자의 전방 충돌방지 시스템 테스트에서 GV80가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GV80는 해당 부문에서 ‘탁월함(Superior)’ 등급을, XC90는 ‘우수함(advanced)’등급을 받았다.
교통사고 메뉴얼 마련을 위해 신차 10대를 30m 높이에서 떨어뜨린 볼보 [사진출처=볼보] |
25톤 트럭과 부딪친 사고에서 가족 목숨을 구해 ‘안전 대명사’에 어울리는 ‘안전대박’을 터트린 볼보 XC90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교통사고 메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신차 10대를 3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에 공들이는 볼보 부럽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볼보도 안전성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TSP+를 받기 어렵다는 소형 SUV 부문도 볼보에는 예외다. 볼보 XC40은 최근 IIHS 충돌시험에서 15종 소형 SUV 중 유일하게 전 항목 최고 등급(Good)을 획득했다.
“사람이 먼저”…안전대박은 판매대박
GV80(왼쪽)과 XC90 [사진출처=현대차, 볼보] |
제네시스 GV80과 볼보 XC90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레저용 SUV 부문에서도 각각 국산차와 수입차 1위를 차지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중고차 기업인 엔카닷컴은 2년전 ‘갖고 싶은 레저용 SUV’를 주제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144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는 국산차와 수입차 중 인기 SUV 각 10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국산차는 GV80이 득표율 25.81%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 카니발은 18.75%로 2위,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17.23%로 3위를 기록했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8.44%, 기아 쏘렌토는 6.30%로 그 뒤를 이었다. GV80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성’과 ‘럭셔리 캠핑, 골프 활동에 적합한 차’를 이유로 꼽았다. 볼보 XC90은 수입차 부문에서 18.41%로 1위에 올랐다. 대다수 응답자들이 압도적으로 ‘안전성’을 선택 이유로 답했다. 안전대박이 판매대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15.64%로 2위, BMW X5는 15.43%로 3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