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전 `글쎄` 나오면 `대박`…뒤늦게 빛 보는 애플 제품들
최근 애플이 공개한 2세대 아이폰SE. 국내 출시는 5월초 예상된다. [사진 = 애플] |
"기관총, 인덕션, 콩나물, 담배꽁초."
지금은 트렌드를 주도하지만 출시 전 애플 제품에 붙여진 조롱 섞인 별명들이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유독 애플 제품은 이런 경우가 많았다. 출시 전 렌더링이 공개되고 예상 스펙이 나올 때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는 달랐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괜찮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지금은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급형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이번에 공개된 2세대 아이폰SE도 마찬가지다. 출시 전 "50만원짜리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 "타사 보급형 모델과 별 차이 없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워낙 고가에 책정되다 보니 아이폰SE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아이폰SE에 모든 최신 사양을 이식했다. 출고가는 55만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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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공개되자 업계는 최고의 제품이라 치켜세웠다. "애플이 작정하고 만들었다", "이건 대박이다" 등의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가장 큰 충격으로 다나온 건 아이폰11에 사용된 최신 칩셋 'A13바이오닉'이 내장됐다는 거다. 보급형 모델인 만큼 A12바이오닉이 채택될 거란 당초 업계 예상을 빗나갔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 칩으로 평가받는 A13바이오닉은 전작 대비 20% 개선된 속도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SE에는 중저가 모델에서 많이 빠지는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도 탑재됐고, IP67 방수·방진 기능도 실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아이폰8을 베이스로 하며 최근 모델에서 사라진 물리적 홈버튼도 부활했다.
애플이 이번 아이폰SE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칩셋을 보면 말이 안 나온다. 아이폰SE의 생산원가가 궁금할 정도다"고 말했다.
◆"정말 산으로 가네…잡스가 이걸 보면"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한 아이폰11은 큰 놀림 대상이었다. 특이한 카메라 배치 때문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트리플 카메라를 일렬 배치한 것과 반대로 애플은 사각형 모양 모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출시 한 달 전 아이폰11 렌더링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인덕션', '기관총' 같다며 디자인을 비판했다. "정말 산으로 간다", "스티븐 잡스가 관열고 나오겠다" 등 다소 지나친 비난까지 이어졌다. 카메라 디자인을 비꼰 패러디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달랐다. 제품이 출시되고 이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애플은 아이폰11이 판매된 작년 4분기 역대 최고 매출 918억2000만달러(108조3016억원)을 올렸다.
이후 인덕션이라 조롱받던 트리플 카메라도 아이폰11의 심볼로 자리 잡았고, 경쟁사들도 이 디자인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처음엔 징그러웠는데 계속 보니 매력적이다", "수직으로 카메라를 배치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2016년 9월 무선이어폰 시장을 처음 연 에어팟도 공개 당시 '콩나물', '담배꽁초' 같다며 출시 당시 비난을 받았다. 귀에 꽂으면 끝 부분이 길쭉하게 튀어나온 디자인 탓이다.
크기가 작아 분실 위험이 높다는 것도 비판 대상이었다. 당시 인터넷상에선 에어팟을 착용한 남성이 춤을 추다가 하수구에 빠뜨리고, 그때마다 새 에어팟을 구매하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랬던 에어팟이 3개월 뒤 본격적으로 판매되자 무섭게 뒷심을 발휘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높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판매 마다 완판 행열이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후 무선이어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애플이 에어팟을 처음 소개한 2016년 100만대 규모에 그쳤던 무선이어폰 시장은 2017년 1500만대, 2018년 3500만대, 지난해는 1억7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 기세로 애플은 지난해 '2세대 에어팟'과 프리미엄 제품격인 '에이팟 프로'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무선이어폰은 단순히 이어폰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애플發 혁신 트렌드로 자리잡다"
조롱과 비판이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애플 제품들은 각자 분야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아이폰11 시리즈의 이른바 인덕션 카메라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효율적인 카메라 배치로 평가받으며 이제 경쟁업체도 해당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S20에 이어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노트20에도 인덕션 디자인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달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델 '갤럭시A51 5G'도 인덕션 카메라를 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구글이 출시한 구글 픽셀4도 인덕션 모양과 유사한 사각형 카메라 모듈을 후면에 탑재했으며,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P40 시리즈 역시 후면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듈 안에 넣는 방식을 채택했다.
콩나물이라 조롱받던 에어팟도 무선이어폰 시장을 주도하며 업계 표준이 되고 있다. 애플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으로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애플은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든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애플은 5870만대를 출하해 5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을 제외하고는 점유율 10%를 넘긴 곳이 전무했다. 샤오미가 8.5%(910만대)로 2위를, 삼성전자가 6.9%(740만대)로 3위를 차지했다. '무선이어폰 = 에어팟' 공식은 당분간 쉽게 깨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고 무선이어폰은 에어팟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어 경쟁업체가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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