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꼭 타봐야할 車”…쏘렌토 잡고 1위, 2천만원대 역작 SUV
올들어 국내판매 '톱5'
쏘렌토·스포티지 이겨
품질논란 해결 급선무
지난해 국민차 된 기아 쏘렌토와 쌍용차의 희방인 토레스 [사진출처=기아, 쌍용차] |
“이대로 나오면 1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쌍용차 토레스가 진짜 1위가 됐다. 출시 초반 돌풍을 태풍으로 키워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으로 여겨지던 기아 쏘렌토는 물론 스포티지까지 잡았다. 존폐 위기에 처한 쌍용차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서둘러 나오다보니 품질 논란이 잇따랐지만 디자인 호평과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로 극복했다.
쌍용차를 위기에서 구해낸 토레스 [사진출처=쌍용차] |
9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토레스는 지난 1~2월 총 1만1120대 판매됐다. 현대차 그랜저(2만932대), 기아 카니발(1만4561대), 현대차 아반떼(1만3828대), 기아 스포티지(1만1180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그랜저를 잡고 판매 1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던 쏘렌토(1만21대)는 6위로 밀려났다. 토레스는 2월에는 5508대 판매되면서 4위를 기록했다. 스포티지(5072대)까지 잡고 SUV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쌍용차 역작으로 기대에 부응
토레스에 영감을 준 무쏘(위)와 J100 [사진출처=쌍용차] |
토레스 돌풍은 사실 2년전 예고됐다. 지난 2021년 6월 ‘J100’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디자인이 공개된 뒤 “이렇게 나오면 바로 1등” “이대로 만들면 대박” “쌍용차의 역작” 등 호평이 쇄도했다. 호평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출시를 앞두고 6월13일 진행된 사전계약 첫날에 1만2000대 이상 계약됐다.
사전계약 대수가 첫날은 물론 사전계약 기간 통틀어서 1만대를 넘어선 쌍용차 모델은 토레스가 처음이다. 기존 사전계약 첫날 역대 실적은 지난 2005년 액티언이 세운 3013대다.
지난해 7월 출시된 토레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토레스 사전계약 첫날 실적은 현대차·기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기록이다. 또 현대차 투싼이 세운 1만842대도 넘어섰다. 사전계약 실적은 3주 만에 3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 판매 1위인 렉스턴 스포츠의 2021년 판매대수 2만5813대보다 많았다.
지난해 8월에는 계약대수가 6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쌍용차 총 판매대수 5만6363대를 가볍게 넘어섰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2만548대다. 쌍용차 판매 1위인 렉스턴 스포츠(2만5388대), 비 현대차·기아 차종 중 판매 1위인 르노코리아 QM6(2만7962대)에 버금가는 실적을 출시 5개월 만에 달성했다.
쌍용차도 벼랑 끝 위기서 탈출
토레스 1호차 양산 [사진출처=쌍용차] |
쌍용차도 토레스에 힘입어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토레스가 본격 판매된 지난해 4분기에 판매대수 3만3502대, 매출 1조339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6년 4분기(101억원) 이후 24분기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토레스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적자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 매출은 3조4233억원, 영업손실은 1120억원, 당기순손실은 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40.9% 증가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는 57.2%와 77.4% 축소한 실적이다. 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이전인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토레스 주행 장면 [사진출처=쌍용차] |
올들어서도 토레스는 쌍용차 효자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쌍용차 내수·수출 판매대수는 지난 2월에 두달 연속 1만대를 넘어섰다. 전년동월보다 47.3%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토레스가 이끌었다. 토레스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 3만2741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대수가 전년동월보다 49.4% 증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토레스가 초반 반짝 돌풍에 그치지 않고 대박 행진을 계속 이어가면서 생존위기에 처했던 쌍용차의 절박함, 절실함, 희망을 품은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차명은 ‘세상의 끝’ 남미 파타고니아 남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절경이라 불리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유네스코의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낙원’으로 꼽힌다.
토레스는 그동안 주인을 잘못 만나 ‘세상 끝’까지 밀려났던 쌍용차를 살려주고 있다. 아울러 ‘추억의 명차’ ‘SUV의 전설’로 불렸던 무쏘의 뒤를 이어 ‘죽기 전 꼭 타봐야 할 SUV’가 되기를 바라는 쌍용차의 희망과 욕망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디자인과 가성비가 인기 비결
쌍용차를 위기에서 구한 토레스 [사진출처=쌍용차] |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쌍용차를 구해낸 토레스 인기 비결은 무쏘 후광 효과, 정통 SUV 스타일, 가격 경쟁력에 있다. 토레스는 2005년 무쏘가 단종된 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칸)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던 정통 SUV 야성을 되찾아왔다. 정통 코란도에 이어 무쏘까지 사라진 뒤 ‘정통 SUV’에 목말라했던 40~50대와 개성과 실용을 모두 중시하는 20~30대가 곧바로 토레스에 반응했다.
토레스는 무쏘 유전자(DNA)를 이어받았다. 도심형에 초점을 맞춘 기존 ‘소프트코어’ SUV와 차원이 달랐다. 쌍용차 고유의 헤리티지(Heritage)인 강인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통해 ‘정통 하드코어’ SUV 스타일을 완성했다. 여기에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 디자인을 추가했다.
토레스는 크기는 물론 가격에서도 현대차·기아 준중형·중형 SUV의 틈새를 노렸다. 틈새 공략은 토레스 인기에 한몫했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T5 2740만원, T7 3020만원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2000만원대 중형 SUV다. 당초 동생인 준중형 SUV 코란도가 2253만~2903만원, 형님인 대형 SUV 렉스턴이 3717만~501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대 초중반대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됐다. 당시 경쟁차종으로 삼은 중형 SUV인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 2.5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으로 각각 2958만~3944만원, 싼타페가 3156만~3881만원에 판매됐다.
SUV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토레스(왼쪽)와 쏘렌토 [사진출처=쌍용차, 기아] |
크기는 쌍용 코란도·기아 스포티지·현대차 투싼과 쏘렌토 중간에 해당한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00x1890x1720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680mm다. 코란도는 4450x1870x1630mm, 2675mm다. 스포티지는 4660x1865x1665mm, 2755mm다. 쏘렌토는 4810x1900x1700mm, 2815mm다.
토레스가 안심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품질 논란이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한 절박함에 서둘러 나오다보니 품질 완성도가 떨어졌다. AVNT(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소프트웨어, 전방 주차보조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폭우 때는 누수 현상까지 일어났다.
첫 선을 보인 신차에 더 혹독한 겨울에 또다시 결함 논란에 시달렸다. 차체 안으로 움푹 들어간 전조등 디자인 구조 때문에 주행 중 전조등에 눈이 쌓여 빛을 가리고 야간 안전운전을 위협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리콜센터에는 9일 기준으로 결함 신고가 107건(종료 건 포함) 등록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