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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매일경제

인기 작가 마리킴 개인전, 명화를 훔쳤다고? 오마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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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와르 그림 `물 조리개를 든 소녀` 오마주 작품. [사진 제공 = 가나아트 갤러리]

프랑스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그림 '물 조리개를 든 소녀' 얼굴이 이상하다. 귀여운 어린이 대신 눈이 왕방울만 한 소녀가 그려져 있다. 인기 작가 마리킴(43)이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 캐릭터 '아이돌(Eyedoll)'을 접목했다. 구글에서 찾은 명화 이미지를 바탕으로 컴퓨터에서 그림을 그린 후 인쇄해 물감을 칠했다고 한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초상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 그림 '오송빌 백작부인의 초상' 얼굴도 아이돌로 바꿨다.


남의 그림을 함부로 갖다 써도 되느냐는 질문이 쇄도해도 마리킴은 당당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갤러리 개인전에서 만난 그는 스페인 출신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한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마리킴은 "작품 속에 원작 작가 서명까지 있는 그대로 그려 넣는 것으로써 그의 작품임을 표현하는 것이 오마주라고 생각한다"며 "독일 실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에 따르면 예술작품의 근원이 되는 것은 예술, 예술가,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예술작품을 훔치지 않았고 예술가는 훔칠 수도 없으니 여기서 내가 훔친 것은 예술이라고 봐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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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관음도 오마주 작품

대담한 그는 명화 15점 외에도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얼굴 대신 아이돌을 그려넣었다. 현재 일본 도쿄 신사 센소지가 소장하고 있는 고려 불화를 오마주한 것이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꽃을 피웠던 시대인 고려의 작품들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호주 멜버른공대에서 멀티미디어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는 "회화를 되살렸다"고 강조한다. 개념미술과 미디어아트가 21세기를 장악하면서 "회화는 죽었다"는 말이 유행하는 데 반기를 들고 싶었다. 그는 "죽은 예술가들의 명작들을 이 시대 기술과 상상력으로 현생하게 만들었다"며 "물론 오마주한 작품들 이미지와 오라(aura)에 대한 빚을 졌고, 그 결과는 작품들에 투사됐다"고 한다.


전시는 31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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