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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매일경제

[여행+] 한우만 맛있는줄 알았는데 횡성서 힐링을 맛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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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기 직전 강원도 횡성에 다녀왔다. 단풍놀이 인파를 피하고 연말 여행객에 섞이지 않기 위해 11월 중순을 일부러 노렸다. 황량하기만 할 줄 알았던 횡성은 의외로 볼거리 놀거리가 넘쳤다. 조선시대 때부터 사람이 들고 나갔던 옛길은 다이내믹 루지 체험장으로 탈바꿈했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태기산 산세를 따라 붉은 태양이 황홀하게 너울거렸다. 이른 아침 시간은 횡성호수길에 내어줬다. 유리알 같은 호수 속 우리네 세상은 모진 풍파 없이 안온하기만 했다.


◆ 횡성루지 체험장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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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면에 새롭게 생긴 횡성 루지 체험장은 40여 년 전 서울과 강릉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던 도로 42호선을 되살려 조성했다. 국도 42호선의 역사는 무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관동대로 제3로는 서울 도성에서 시작해 양평을 지나 원주~안흥~평창~대관령~강릉~삼척~울진~평해까지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관동대로를 토대로 찻길을 닦은 것이 국도 42호선이다. 유서 깊은 옛길이 지도에서 지워진 건 최근 일이다. 국도 42호선은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점차 이용객이 줄었고 2012년 전재터널을 뚫고 새 길(서동로)이 나면서 완전히 폐쇄됐다. 루지는 난생처음인 데다 구불구불한 강원도 옛길을 달린다니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카트를 기다렸다. 골프장에서나 볼 법한 카트를 타고 한참을 거슬러 올라갔다. 2.4㎞인 횡성 루지 체험장은 단일 코스로는 세계 최장 길이다. 주변 산세에 가려 해가 들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해 길바닥이 얼룩덜룩했다. "절대 핸들에서 손을 떼시면 안 됩니다." 교관의 루지 조작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핸들을 당기면 멈추고 앞으로 밀면 간다. 아스팔트 바닥에 딱 붙어 내려가는 루지는 보통 시속 20~30㎞까지 속도가 난다. 코스가 길지만 길 자체가 S자 구간이 많고 중간중간 장애물도 많이 설치해 타는 맛이 있다. 장갑을 꼭 챙겨가야 한다. 추위도 추위지만 긴장이 됐는지 핸들을 너무 꽉 쥐어 손바닥이 저릿저릿했다.


◆ 태기산

일렁이는 붉은 하늘을 눈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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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크다. 때로는 너무 사소해서 혹은 너무 당연해서 가끔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비 온 다음 날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분홍빛 보랏빛으로 물드는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태기산에서 일몰을 바라봤을 때도 그랬다. 올해 최고의 해넘이를 묵묵히 바라보며 다사다난했던 2020년 버티느라 고생했다고, 이 또한 정직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담겨 지나갈 거라고 작은 용기를 내봤다. 태기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국적이고 이색적이었다. 이날은 좀 흐렸다. 땅 가까운 곳부터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를 뿌연 기운이 서서히 깔렸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되레 안개 효과로 운치가 더해졌다. 허리가 가려진 먼 곳 산봉우리들이 마치 섬처럼 보였고 치악산 비로봉과 어답산 뒤로 겹겹이 이어지는 산 능선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같았다. 시선을 발아래 능선으로 옮기자 풍력발전기 20여 기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발전기를 사이사이로 난 임도에 차가 한 대 지나갈 때면 마치 광고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 횡성호수길

그저 그림 같은 곳, 시간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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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다. 2011년 가을에 개통했다는데 아직까지 횡성 사람들 중에서도 이 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숱하다. 횡성호수는 2000년 생겨났다. 섬강 물줄기를 막는 횡성댐을 지으면서 조성된 인공호수다. 잔잔한 호수 아래 부동리·중금리·화전리·구방리·포동리 등 갑천면 5개리가 수몰됐다. 총 저수량 8690만t, 유역면적 209㎢로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횡성호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횡성호수길은 총 길이가 31.5㎞에 달한다. 횡성호수길은 모두 6개 구간으로 나뉜다. 코스는 가장 짧은 3구간(1.5㎞)부터 가장 긴 4·6구간(7㎞)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코스 길이도 풍경도 제각각이라 일단 한 구간을 걷고 나면 다른 코스도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다. "2018년 개통된 5구간 B코스는 최대한 호수와 가깝게 조성했어요. 마치 호수 품 안을 따라 걷는 것 같다고 반응이 가장 좋아요." 횡성군에서 추천해준 5구간 B코스(4.5㎞)를 걸었다. 횡성호수길을 가려거든 조금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첩첩산중 골짜기를 파고들어 형성된 호수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보다 아침 볕을 받을 때가 더 포근하고 운치 있다. 이날은 날씨 운도 따라줬다. 바람 한 점 없는 횡성호수는 그저 그림 같았다. 수면이 잔잔해 거울처럼 완벽한 반영을 보여줬다. 길 위 나무들은 이미 단풍잎을 떨어내고 마른 가지를 내보이고 있었지만 황량하고 쓸쓸하다는 생각보다는 외려 호기심이 일었다. 횡성호수의 사계절을 상상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을 마쳤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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