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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가 깨무는 방식 모방한 약물전달 패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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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들어있는 침샘(Duvernoy`s glands)은 있으나 특이하게 독을 밀어내는 근육 조직이 없는 독사의 입 모양 구조. 독을 밀어낼 압력을 만들 필요 없이 홈(groove)이 있는 이빨이 피부에 박히면 벌어진 피부 틈으로 모세관 현상에 의해 독이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는 원리를 이용한다. [사진제공 = 숭실대학교]

독사에게 물리면 독은 피부를 타고 빠르게 온몸으로 퍼진다. 독이 나오는 '침샘'에는 주사기처럼 압력을 밀어넣는 장치가 없지만 독은 불과 수초 안에 체내로 전달된다. 국내 연구진이 이같은 독사의 독 전달 메커니즘을 모방해 약물을 체내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제약회사에 이전, 올해 하반기 이를 적용한 화장품이 출시될 전망인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배원규 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독사의 어금니를 모방해 약물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 약물 전달패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기초과학과 임상을 잇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지난달 31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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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사진제공 = 숭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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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확대 모습 [사진제공 = 숭실대학교]

연구진은 독을 체내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독사의 어금니에 주목했다. 어금니가 뒤에 위치하는 독사는 머리에 독을 짜주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 초 안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할 수 있다. 배원규 교수는 "3차원 형상의 파인 홈을 갖고 있는 어금니는 피부에 박혔을 때 미세한 홈을 만들게 되고 모세관 현상에 의해 외력 없이 독이 침투된다"며 "이를 공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반도체 공정으로 3차원 형상의 어금니를 만들어 동물실험을 진행했으며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유체 시뮬레이션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모세관 현상이란 액체 속에 가느다란 관을 넣었을 때 관 속으로 액체가 빨려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배원규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 두세 배 길이의 어금니 모사 구조체 하나 하나가 각각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마우스 및 기니피그 모델에 해당 패치를 부착하여 특별한 외력 없이 5초 만에 백신 및 유효성분이 전달되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인체 실험 또한 성공적으로 마쳤다. 배원규 교수는 "굉장히 작은 주사기를 만든 것과 같다"며 "신경세포를 찌르지 않는 만큼 통증은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 약물을 체내로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는 '인체의 장벽'이라고 불릴 만큼 각질을 비롯한 다양한 방어막이 있다. 따라서 고분자 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유효성분을 피부로 넣는 방법은 이제껏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1852년 개발된 '주사기'다. 하지만 167년전에 발명된 이 방법은 큰 바늘과 높은 압력(실린지)으로 약물을 밀어 넣기 때문에 바늘 공포증과 통증이라는 문제가 존재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는 큰 압력 없이 가볍게 눌러 붙임으로써 수초 내에 약상약물을 체내로 전달할 수 있다.


현재 연구진은 제약회사와 함께 이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해 올해 말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화장품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같은 유효 성분이 피부로 직접 침투해야 하는데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이같은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원규 교수는 "약물이 고분자 기반으로 대체되는 가운데 이를 피부로 전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화장품을 시작으로 나아가 치매 치료제, 당뇨환자용 인슐린 등 다양한 고분자 약물을 안전하게 피부로 전달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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