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두거나, 빼야 하거나…그때그때 다른 `사랑니`
최근 몇 달 전부터 사랑니 때문에 고생한 직장인 김 모씨(37)는 사랑니를 모두 빼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사랑니가 아예 안 났다는 친구도 있고 사랑니가 다 자랐지만 빼지 않아도 된다는 친구도 있었다. 사랑니는 그냥 두면 아프고 빼도 통증이 심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랑니는 상하좌우 총 4개가 존재할 수 있는데, 모두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도 없는 사람도 간혹 있다. 사랑니가 있더라도 치아 중 가장 나중에 발생해 자라게 되므로 턱뼈에 그 공간이 부족하면 똑바로 나오지 못하고 주변 잇몸을 괴롭히면서 나오게 돼 통증을 동반한다. 아예 자랄 공간이 부족하면 X선으로 검사해보기 전에 본인에게 사랑니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사랑니라고 해서 무조건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빼야 하는 사랑니는 두지 말고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사랑니를 빼지 않아도 되는 사례는 '주변 큰 어금니처럼 똑바른 방향으로 나와 있고, 칫솔질을 할 때 잘 닦을 수 있으면서 음식을 먹을 때 사랑니로도 잘 씹히고 있다고 느낄 때'다.
그렇다면 어떤 때 사랑니를 꼭 빼야만 하는 것일까. 이는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고 비스듬히 난 경우 △사랑니 주변 잇몸이 자꾸 붓고 아픈 경우 △사랑니와 그 앞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끼는 경우 △사랑니에 충치가 생겼으나 치료가 어려운 경우 △사랑니 앞의 어금니를 치료해야 하는데 사랑니로 인해 정상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 △교정 치료를 해야 하는데 사랑니가 방해가 되는 경우 △X선 소견상 사랑니 주변에 혹으로 의심할 만한 부분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사랑니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사랑니가 똑바로 나더라도 자라는 과정에서 주변 잇몸을 자극해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는 사랑니를 꼭 뺄 필요는 없고 적절한 치료 후 관리만 철저히 해준다면 오래도록 보존하면서 큰 어금니 기능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잠시 아프다가 말았다고 해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빼지 않고 방치한다면 나중에 사랑니 옆의 큰 어금니까지 빼야 하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수술 담당 치과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박관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치과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사랑니를 빼는 일이 젊은 사람에게나 흔한 일이었는데, 최근 들어 젊을 때 빼지 않아도 되는 사랑니라고 판정받았음에도 나이가 들어 사랑니를 제거해야 하는 상태로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고령화 추세와 함께 나타나는 현상으로 잇몸뼈가 충분히 있는 젊은 시절에는 사랑니가 아무 증상 없이 뼈 속에 완전히 묻혀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잇몸뼈의 양이 줄어들어 사랑니가 뼈 밖으로 살짝 나오면서 주변 잇몸과 인접한 치아를 계속 자극하고 통증과 충치를 유발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거하는 여러 수술 중 가장 복잡한 수술은 완전히 나오지 않은 사랑니를 빼는 일이다. 게다가 하악골(아래턱뼈) 속에는 입술과 잇몸 감각을 느끼게 하는 신경이 지나가고 상악골(위턱뼈) 속에는 축농증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인 상악동이라는 곳이 있는데, 사랑니 뿌리와 근접하거나 겹쳐 있는 예가 종종 있다. 이때는 콘빔형전산화단층촬영(CBCT)을 포함한 사전 검사와 평가 후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박관수 교수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깊이 묻혀 있는 사랑니를 한 번에 여러 개 빼는 수술을 해야 한다면 마취과 전문의와 협력해 수술 중 통증이 전혀 없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