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가 녹는다, 녹아"…요동치는 증시 '방어전략' 세우셨나요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며 대체자산 투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과 원자재 등 안전자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식 중에서는 원자재 가격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통신·엔터주와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매력도가 돋보인다.
8일 신한금융투자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인 1973년 7월부터 1980년 6월 사이의 주요 자산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 27.4%, 원자재(블룸버그 원자재지수) 14%, 미국 국채 7.4%, 미국 주식(S&P500 연평균 수익률) 0.8% 순이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금융자산은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구간에서 실질 수익률 플러스를 보였던 자산은 금, 원자재지수, 리츠 순"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며 금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타자 금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금에 투자하려면 골드바를 현물로 직접 구입하거나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시중은행 금 통장을 통한 거래 등이 있다. 간접적으로는 금 펀드에 가입하거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 등 다양한 투자 방법이 있다. 다만 세금과 수수료 부담이 크다 보니 최근 증권사에서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KRX 금 시장을 통해 1g 단위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방법이 인기다. 장내 거래만 할 때에는 수수료가 0.3%(증권사 온라인 수수료) 수준으로 저렴하고,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모두 면제된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 비철금속, 농산물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도 일제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해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다. 상장주식과 주가지수에 주로 투자하는 ETF와 달리 ETN은 원자재, 통화, 선물 등을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 매출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5950억원으로 작년 말 5400억원 대비 10.2%(550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품별 매출 증가액을 보면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330억원), '대신 WTI원유 선물 ETN(H)'(83억원) 등 원유 투자 ETN과 함께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37억원),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23억원) 등 천연가스 관련 ETN이 상위권에 올랐다. 상품명 끝에 'H'가 붙는 상품은 환율 헤지를 했다는 뜻이다.
원자재 생산기업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생산기업 주식은 실물가격 변동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재료 상승 국면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지만 그만큼 상승 둔화 국면에선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감이 해소되면 원자재 강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향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이 긴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하반기 에너지 수요가 둔화할 여지가 있다"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주식 중에선 원자재 가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매출 대비 원자재 비용 비율이 낮은 미디어, 통신, 교육, 운송, 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이 대피처로 부각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매출 대비 원재료 비중이 낮은 업종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엔터주는 특히 최근 미국, 유럽 등 각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콘서트 재개가 시작되기에 실적 가시성이 증가하고 있어 현재 국면에서 유리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이 대체로 고성장주에 해당돼 금리 인상에 취약한 만큼 금리 인상 부담이 작으면서 최근 실적 개선 움직임이 보이는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방어주로 작용하는 분기 배당 지급 업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업체 중 배당 수익률 매력도가 높은 종목은 포스코(1.05%), 쌍용C&E(1.38%), 신한지주(1.32%) 등이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증시 속에서 변동성지수(VIX)를 추종하는 ETN도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시장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일수록 수익을 낸다는 발상이다. 잘 알려진 '공포지수'로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 KOSPI)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가 있다. 두 지수의 수치가 오를수록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변동성지수 ETN 투자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방향에 베팅한다는 얘기다. 시장의 등락폭이 큰 시기에는 변동성지수 ETN 투자를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V KOSPI 선물과 미국 S&P500 VIX선물 ETN이 거래되고 있다.
김금이 기자 /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