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지만 SUV 느낌…인기몰이 예고한 ‘캐스퍼 일렉트릭’ [시승기]
SUV 장점만 고스란히 담은 ‘캐스퍼 일렉트릭’
대용량 배터리로 주행가능 거리 300km 이상 늘어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PMSA 기술로 안전성↑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캐스퍼 일렉트릭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조은비 기자 |
“넓어졌다지만, 소형차를 벗어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탑승 기회가 오면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공간의 변화’였다. 제주도에서 렌트했던 캐스퍼의 운전석에서 멀어질수록 어깨 통증이 심해졌던 경험 때문이다. 승차감은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중요한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어느 좌석에 앉아봐도 ‘편안함’을 안겨줬다.
안락함과 여유로운 실내 분위기는 휠베이스(축간거리) 증대로 넓어진 레그룸 덕분이다. 2열 힙 포인트가 후방으로 이동하며 더 넓은 공간감을 제공해 주행 중 ‘소형차에 탑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휠베이스를 180㎜ 늘려 경형에서 소형 SUV로 업그레이드됐다.
길어진 휠베이스로 49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 탑재가 가능해 주행가능 거리가 300km 이상으로 늘었고, 뒷좌석과 러기지 공간도 각각 8mm, 100mm 커졌다. 적재 규모도 이전 대비 47L 커진 280L의 용량을 확보했다.
또한 64가지 무드램프는 귀여운 캐스퍼 이미지에 특별함을 더한 듯했다. 실내를 채우는 고급스러운 색감으로 주행 중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면서도 특정 상황에 색상을 지정해 주행 중 빠르게 상황 판단이 가능케 했다.
뒷좌석에 앉아 찍은 실내 모습.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사진=조은비 기자 |
캐스퍼 일렉트릭을 시승했던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는 제9호 태풍 ‘종다리’로 인한 폭우가 내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 도로 곳곳에 물이 고이거나 맨홀 구멍 위로 물이 역류하는 구간도 있었다.
소형차는 바람에 잘 흔들리고, 큰 차량 옆에서 위축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폭우 속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시속 100km 이상을 잘 내달렸기 때문이다. 100km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도 소음은 신경을 거슬리지 않았다. 위치와 면적을 개선한 제진재로 타이어와 서스펜션 진동에 따라 실내로 방사되는 저주파 소음을 줄인 덕분이다.
대형 화물차가 양쪽으로 지나가며 튀겨대는 물살에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후측방 모니터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통해 차간 거리, 시야 확보가 어려운 폭우 상황에서도 운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후측방 모니터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켜져 있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
시승하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기능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술이다. 이 보조 기능은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전·후방 장애물이 가까이 있을 때 운전자가 악셀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급조작 시 가속 제한 및 긴급 제동을 통해 충돌 피해를 경감시킨다.
이날 기착지에서 시연을 통해 해당 기술을 확인했지만 직접 PMSA 기능을 테스트하고 싶었다. 지하 주차장 진입 당시 시승 차량 여러 대가 경사면에 줄줄이 정차해 있었다. 악셀을 살짝 밟으니 브레이크를 밟은 듯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주차 충돌 방지 보조(PCA) 기능과 유사해 보이지만 앞뒤에 장애물이 있고, 가속 페달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밟을 시 작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은 상태까지의 도달 시간이 0.25초 이내일 경우 기능이 작동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회 충전으로 315km 주행이 가능하며, 배터리 10%에서 80% 충전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 인테리어 컬러는 아틀라스 화이트, 톰보이 카키, 버터크림 옐로우 펄 등 9가지이며 색상에 따라 투톤 적용이 가능하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판매가격은 3000만원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