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카페 추천 3 ::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입니다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며칠 전 IKEA에 들른다는 핑계로 부산을 다녀왔다. 부산은 대구에서 기차로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로 다녀올 정도로 익숙하고 늘 반가운 도시다.
대구와 부산은 같은 경상 지역 대도시지만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일단 바다가 있고, 언덕이 높다. 이 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먹는 음식이, 건축 형태가, 생활 방식이 다르다. 그러니 가깝다고 여행이 쉬워지거나 지루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더 많이 가게 된다면 모를까.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보다 공간을 눈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각별히 생각한다. 그런 내게 부산은 영감을 주는 카페가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카페라는 공간은 운영하는 주인과 머무르는 손님과의 취향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운영하는 입장에서 커피는 물론이고, 좌석 배치나 음악까지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 식품이다.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되는 음료를 마실 거라면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내 취향에 딱 맞았던 부산의 카페 세 곳을 소개할까 한다.
✔️ 일리카이트
수영구 민락동의 카페 일리카이트(ilikeit)는 ‘I like it’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취향을 중요시하는 카페다.
좋은 취향을 골랐다는 말은 깊이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의미다. 이곳은 커피뿐만 아니라 ‘잇틈(it + item)’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소품과 협업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한다. 결이 맞는다면 지역이 달라도 협업을 진행하니 좋은 시기에 방문하면 취향을 저격 당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21년도에는 경주 카페 ‘향미사’의 원두를 사용해 필터 커피를 판매하기도 했다.
인테리어와 소품은 전체적으로 미니멀하면서도 빈티지한 매력이 있다. 특히 창문 디자인이 독특했는데, 내부가 궁금할 정도까지만 들여다볼 수 있어 들어가기 전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이곳은 밖에서 내부를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언뜻 보이는 단색의 소파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어깨만 보일 뿐이다.
일리카이트는 낮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이 카페의 가장 큰 매력은 뻔하지 않은 공간감과 그에 따른 다양한 채광이다. 자리가 많지 않아 협소한 단점이 있지만, 외부 좌석에서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다.
다양한 메뉴와 함께 취향이 가득한 공간을 경험하길 바란다. 현재 휴무일은 정해져있지 않다.
- 이용시간 : 화~일 11:00-20:30 / 월 12:00-19:30
- 주소 :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남로 240-1 102호
- 문의 : 0507-1378-2240
✔️ 보성녹차 부산지사
수영구 남천역을 지나가다 보면 주택가 사이에 무성히 자란 덩굴 터널을 볼 수 있다. 기이한 풍경이다. 사실 이곳은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상가 지역으로,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카페가 있다. 낡은 간판에 덩굴로 빼곡히 덮인 야외 공간. ‘보성녹차’다.
덩굴과 녹차의 연관성은 푸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쩐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보성녹차를 방문한 사람들은 야외 공간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한다. 덩굴나무가 우거진 태국 치앙마이의 노천카페가 생각나는 곳이 아닐까.
보성녹차는 녹차가루를 뿌린 팥빙수로 유명한 카페다. 녹차를 전문적으로 내리는 카페는 아니다. 집적 삶은 팥을 베이스로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팥죽을 먹을 수 있다.
대부분 카페에서 빙수를 2인분으로 판매하지만, 이곳에서는 1인 1빙수가 필수다. 그만큼 양이 적지만 3천 원이라는 가격에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빙수를 퍼먹을 수 있다.
카페에서 나오니 숲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팥빙수도 맛있지만 공간이 주는 매력이 대단한 곳이다. 보성녹차 부산지사는 명절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 이용시간 : 매일 10:00-22:00
- 주소 :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로 394번길 28
- 문의 : 051-625-5544
✔️ 손목서가
영도구의 흰여울문화마을은 해안 절벽 위에 늘어선 작은 마을이다. 원래는 빈집이 많은 동네였는데, 영화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이제는 영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카페는 희여울문화마을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와 따뜻한 뱅쇼를 즐길 수 있는 ‘손목서가’이다.
‘서가’라는 이름답게 이곳은 서점을 겸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도서가 진열되어 있고, 독립서점에만 입고되는 색다른 도서도 읽어볼 수 있다. 커피와 함께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책을 골라보자.
주문을 마치고 책을 골라 2층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어디서든 바다를 넓게 감상할 수 있지만, 커피를 마시며 물멍을 즐기기에 이곳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좌석이 조금 불편해도, 책상이 넓지 않아도 손목서가에 방문하면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게 되는 이유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흰여울문화마을을 들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비가 오는 날 손목서가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따뜻한 뱅쇼와 무화과 조림을 주문하고 바다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책을 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현재 손목서가는 매일 운영 중이다.
- 이용시간 : 매일 11:00-19:00
- 주소 : 부산광역시 영도구 흰여울길 307 손목서가
- 문의 : 051-8634-0103
내륙 지방에 사는 나는, 가끔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부산을 찾는다. 하지만 해마다 부산에 방문하는 횟수가 늘면서 부산은 바다보다 사람과 공간이 주는 매력이 더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다 보면 반드시 취향에 딱 맞는 공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부산 여행이 되길 바란다.
# 취향 따라 계획하는 부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