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땐 두드러기뿐…먹었을 때 ‘쇼크’
영화 속 건강학
‘기생충’ 복숭아 알레르기
‘껍질서 모은 털가루에 닿아 발작’
영화 아이디어 좋지만 발병 희박
이유는 껍질엔 꽃가루 없기 때문
껍질·과육에 알레르기 물질 함유
익혀 먹을 땐 이상 반응 크게 감소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조심을
박 사장의 딸 다혜(왼쪽)와 과외 교사 기우(오른쪽)가 과일을 간식으로 먹고 있다. 다혜는 기우에게 “아줌마(문광·가운데)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우리 집에서는 복숭아를 맛볼 수 없다”고 귀띔한다. 영화 장면 캡처 |
2019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보면, 화려한 저택을 보유한 박 사장(이선균)의 딸 다혜(정지소)는 과외 교사인 기우(최우식)에게 “우리 집에서는 복숭아를 먹어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가사도우미이자 집사 역할을 하는 문광(이정은)에게 심한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기우는 박 사장 아들의 미술 과외교사인 여동생 기정(박소담)과 공모해 문광을 내보낼 음모를 꾸민다. 문광이 해고되면 자기 엄마를 취직시킬 계획이다.
기우와 기정은 복숭아 표면 털을 긁어 2차례에 걸쳐 문광에게 호흡기 알레르기 발작(천식 등)을 일으키게 하고, 이를 연교(조여정)가 진행성 결핵 환자로 오인케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한다.
바야흐로 맛있고 몸에도 좋은 복숭아 철이 도래했다. 천식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인 조상헌 서울대병원 교수(알레르기내과)는 <기생충>을 본 뒤 “영화에서는 복숭아 껍질을 긁어서 모은 털가루를 뿌려서 심한 기침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데,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실제 복숭아 알레르기 환자가 복숭아를 먹을 때는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쇼크반응까지 올 수 있지만, 단순 껍질 털가루 접촉으로는 접촉 부위의 두드러기 증상 정도가 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복숭아 껍질에는 꽃가루가 없기 때문에 껍질 가루를 뿌려서 심한 기침과 같은 천식 의심 증상이 발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천식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인 조상헌 교수가 알레르기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
- 복숭아 알레르기란.
“복숭아를 먹었을 때 두드러기나 혈관부종이 생기고, 심한 경우 쇼크반응이 나타나는 체질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숭아를 먹지 않고 껍질과 접촉할 때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 복숭아나무 꽃가루에 의해 알레르기비염이나 천식이 올 수도 있나.
“복숭아나무 꽃가루는 충매화로 무거워서 복숭아나무 과수원 종사자 정도에서 발생할 뿐, 참나무나 자작나무 같은 풍매화 꽃가루처럼 과수원에서 멀리 사는 일반인에서 거의 생기지 않는다.”
- 다른 알레르기가 있으면 복숭아 알레르기도 있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에서 꽃가루 항원과 복숭아 과일 항원이 구조적으로 유사한 이유로 교차반응이 생겨서, 복숭아를 먹을 때 입안이 붓고 가려운 ‘경구 알레르기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작나무 꽃가루나 쑥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이 복숭아나 사과 같은 과일을 먹을 때 경구 알레르기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기관지천식은 기관지가 외부 환경 자극에 매우 민감해서 꽃가루나 먼지진드기 등 원인 알레르기 물질(개인별로 원인은 서로 다름)에 노출되거나, 찬바람이나 자극적인 가스 냄새 등에 노출되거나, 감기가 들었을 때 등에서 ‘기관지는 수축되고 기관지점막이 알레르기염증으로 부어올라 숨 쉬는 기관지 구멍이 심각하게 좁아져서’ 숨차고 쌕쌕거리고 발작적인 기침을 하는 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관지를 넓혀주는 기관지확장 흡입제를 흡입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복숭아 털을 깨끗하게 씻고 껍질을 잘 벗겨서 먹으면 어떤가.
“복숭아 알레르기 물질은 복숭아 껍질에 더 많지만 복숭아 과육에도 다량 존재한다. 단 끓일 경우는 열처리로 복숭아 항원 구조의 변화가 와서 알레르기 반응이 현저히 감소한다.”
- 기침 발작 등 천식과 결핵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기침을 하는 증상의 유사점은 있다. 그런데 천식은 숨차고 쌕쌕거리고 기침 증상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폐손상은 X레이를 찍어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폐결핵은 X레이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 천식을 비롯한 알레르기가 다양해지고, 유병률도 늘고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질병의 원인물질을 확인해서 ‘회피할 수 있으면 회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호흡기 알레르기환자들은 원인을 알아도 완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다. 병이 생기고 나면 원인물질 이외에도 주변 환경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계절성 꽃가루뿐 아니라 찬바람, 담배연기, 연탄가스, 미세먼지, 감기, 스트레스, 청결한 생활환경 등 생활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흡입치료기의 사용방법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조상헌 교수는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지속적인 악화예방 치료법을 환자분들이 수용할 수 있다”면서 “체계적인 환자 교육에 대한 상담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