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저항하는 기무사·이빨 빠진 송영무’ 싸잡아 일침
‘계엄령 문건’ 파장
‘헌정질서 훼손’ 본질 묻힐 조짐에 군 통수권자로서 쐐기
문건 수사 → 기무사 개혁 → 보고 누락 책임 규명 순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논란을 두고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가 볼썽사나운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계엄령 문건의 심각성 등 사태의 본질이 뒤덮일 조짐을 보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처음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입장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가닥을 잡아서 하나하나 풀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 기무사의 촛불집회 대응 계엄령 선포 검토 문건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 10일 독립수사단 구성 특별지시, 16일 관련 보고와 교신 전모 제출 지시 이후 세번째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략했지만, 상황을 정리하려는 의도는 뚜렷이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계엄령 문건 수사, 기무사개혁 TF의 기무사 개혁 방안 발표, 문건 보고 누락 책임론 규명 순으로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출범한 민·군 합동수사단이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와 주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내란음모’로까지 여겨지는 군의 무력 사용 모의가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준비됐는지, 그것이 군의 독자적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윗선이 있었는지 등을 밝혀내고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또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면서 기무사 대수술 등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계엄령 문건 진상규명과 기무사 개혁은 직접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7월 들어 계엄령 문건이 새로 나왔고, 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떠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갈등 양상을 보면서 그런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및 기무사 장교들이 “송 장관이 4개월 동안 문건을 방치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등 하극상 행태를 벌이면서까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잘못을 덮고 국방개혁 동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 대통령이 오히려 개혁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송영무 장관을 두고 “기무사 개혁TF의 보고 후,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송 장관 거취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무사 개혁안 발표 이후로 미룬 것이지만, 송 장관을 감싸왔던 기존 태도와는 다른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정무적 판단에 따라 계엄령 문건의 보고를 늦췄다’는 송 장관 설명을 수용하며 경질론에 거리를 뒀다. 송 장관에게 부여된 국방개혁이라는 더 큰 임무를 고려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근 송 장관이 과연 국방개혁을 이끌 적임자인지 근본적 고민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계엄령 실행 계획을 담은 세부자료를 막판까지 청와대에 주지 않았고, 국회에서 기무사 장교들과 공개 논쟁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며 리더십에도 흠집이 난 상태다. 김 대변인은 ‘송 장관 경질도 고려하느냐’는 물음에 “일단 책임을 따져보고 그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달 개각 때 국방부가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