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슬로시티 6
자연과 인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슬로시티.
199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200개 넘는 도시가 가입했다. 슬로시티는 빠른 사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지정되었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바쁜 일상이 주는 피로를 잠시 떨쳐버리고,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슬로시티를 탐방해본다.
슬로시티 운동이 시작된,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오르비에토는 1999년부터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해 국제 슬로시티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환경을 위해 번화가에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대신 케이블카나 도심 외곽에 친환경 대중교통 시설을 운행하고 있다. 구시가지에는 대형마트와 즉석식품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없고 작은 상점에서 신선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이곳 사람들은 ‘파세자타’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말로 ‘산책’이란 뜻이다. 날이 추워서 관광객이 없는 동절기에도 파세자타 행렬은 이어진다. 산책 코스는 시청에서 대성당 구간이 제일 인기다. 700여 년 전 지어진 대성당은 산책 코스의 구심점이자 과거 고딕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명소다.
성당 주변으로 난 길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있는데, 현지 물건들을 구경하는 관광객,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 여유롭게 미소 짓는 상점 주인들의 풍경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Orvieto
여름이 성수기로, 겨울에는 대부분 숙소를 운영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마을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오르비에토는 화산암 지대의 특성 때문에 곳곳에 지하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지하 마을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지하 마을 투어를 추천한다.
음식으로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폴란드 레셸
레셸은 14세기에 세워진 목조 교회 건물과 아름다운 다리가 잘 보존되어 있어 고풍스런 인상을 준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 의해 역사 도시로 등재되었으며, 국제슬로시티연맹에도 가입되었다.
이곳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폴란드의 대표 음식 비고스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와 고기로 만든 요리로, 현지 대표 맥주인 레흐와 궁합이 잘 맞는다. 레셸의 지역 음식들은 ‘유럽요리유산공동체’가 인증한 것으로, 어떤 첨가제도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유기농 재료로만 만든다.
고성 호텔 레스토랑이나 오래된 방앗간은 ‘슬로푸드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대대로 전해오는 고유 레시피로 만든 꼬치 로스트비프, 푸딩 양고기도 이곳을 대표하는 슬로푸드다.
Reszel
도심 가운데 성채는 과거 군사 방어용 요새로 쓰였던 곳으로, 지금은 객실이 구비되어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곳곳에 자리한 고성에는 폴란드 고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역사를 간직한 고성과 그림 같은 골목길을 누비며 레셸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보트 위에서 힐링을, 덴마크 스벤보르
먼 옛날 춥고 척박한 땅을 벗어나 새로운 낙원을 꿈꾸던 바이킹의 후예들이 세운 나라 덴마크. 스벤보르는 바다 위의 낙원을 꿈꾸며 바이킹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는 슬로시티다. 이곳은 덴마크의 유일한 슬로시티로 질 좋은 삶을 누리는 것(good living)과 느리게 살기(living slow)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바다와 마주한 탁 트인 전경을 누릴 수 있고, 항구를 따라가다 보면 선박과 보트 위에서 힐링을 만끽하는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10월에는 ‘사과 경주(Apple Race)’라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 지역 농부들이 수확한 사과를 스벤보르항에 정박된 옛 선박에서 먹고, 빵도 굽고 술도 마시며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또한 이곳은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존 에너지를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고, 집집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자연 친화적인 삶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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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endborg
지역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해 마을 곳곳에서 예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공방이나 부티크, 갤러리 등도 놓칠 수 없다. 또한 스벤보르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태어난 곳이다. 천천히 거닐다 보면 안데르센을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이 왜 이곳에서 영감을 받고 상상력을 키웠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여유로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호주 굴와
굴와는 호주에서 첫 번째이자 비유럽에서 첫 슬로시티다. 호주에서도 가장 느린 슬로 타운을 표방하며 의회, 사업가, 주민들의 공동체적 노력으로 슬로시티의 매력을 홍보하고 있다.
명소로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굴와 부두와 리틀 스코틀랜드, 람사르 보전지역 등이 있다. 특히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즐기는 다양한 액티비티는 굴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정기적으로 요트 대회가 열리고, 해변을 따라 말을 타는 여행객들도 많다. 매년 6~8월에는 해변에서 ‘고래 바라보기(Whale Watching)’라는 이색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Goolwa
장인들이 직접 제작하는 유화, 목제품, 직조 바구니 등도 볼거리 중 하나다. 또 깨끗한 바다와 인접해 있어 생선 요리가 인기다. 청정한 자연 덕분에 생선 외에도 와인, 치즈, 올리브, 소고기 등은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느린 걸음으로 역사를 감상하다, 스페인 팔스
스페인에는 여섯 곳이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는데, 팔스는 그 중 다섯 번째로 지정된 중세도시다. 역사학자 조르디 빌베니에 따르면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 당시 팔스에서 출항했다고 한다.
팔스는 도시 전체를 고딕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는데 팔스의 고딕양식은 스페인 내전 때 심하게 훼손되었다가 오랜 복구 작업을 거쳐 1948년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금은 옛 모습이 잘 보존된 명소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 됐다.
팔스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은 현대미술의 대가 피카소, 독창적인 건축가 가우디 같은 명망 높은 예술인을 배출한 곳으로 현지 작가들의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와 공방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Pals
사계절 내내 사이클링,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여행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이곳의 음식은 지중해식 스타일로 전통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올리브유와 레드와인 비노틴트는 꼭 맛봐야 한다.
영국 최초의 슬로시티, 영국 러들로
러들로는 영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인구 약 1만500명의 소규모 도시로 2003년 영국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영국과 웨일스의 접경을 따라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어 현지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꼽으라고 하면 러들로를 떠올린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전통적 방식의 지역 생산품 생산을 존중한다. 한 달에 두 번 마을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이때 이곳 장인들의 손맛이 담긴 생산품들을 만날 수 있다. 6월에서 7월 사이에는 러들로 페스티벌이 열려 조그만 마을이 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 세계적 명소로 변모한다.
또한 러들로를 둘러싼 생태공원은 자연 친화적 설계로도 유명하다. 자전거도로와 트레킹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어 자연에 둘러싸여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ludlow
러들로 시장은 장인의 수공예품부터 꽃, 옷, 식료품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일마다 새롭게 선보이는 생산품들이 있으니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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