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다” 우리은행의 ‘단비’가 되어줄 그녀, 김단비
Q.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이적인데요. 기분이 어떤가요?
좋은 구단에 와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변화를 통해 제가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한 번 환경의 변화를 줘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해요.
Q. ‘신한은행=김단비’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팀을 떠난다는 생각을 안 해봤을 것 같은데요?
모두가 그랬어요. 신한은행하면 김단비니까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그랬고요. 그러다보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더욱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종목이나 KBL을 보면서 ‘예전보다 선수들이 이적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적을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Q. 우리은행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단순히 우승하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KB스타즈가 워낙 강한데 우리은행이 KB스타즈를 꺾고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재밌게 농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위성우 감독님과 전주원 코치님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제가 신인 때 신한은행에 같이 있었던 분들이라 저에 대해 가장 잘 아시거든요. 그래서 장점을 잘 살려주실 거라 생각해요. 저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선택해주셨으니 끝까지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예전에는 진짜 힘든 기억밖에 없어요(웃음). 워낙 운동을 힘들게 시키셨거든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위성우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예전엔 너무 힘들어서 욕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뒤에서 많이 챙겨주셨어요.
Q. 우리은행에서 위성우 감독과 재회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팀에 합류 했을 때 별다른 대화는 안 했어요. 감독님께서 ‘아직도 네가 여기 있는 게 신기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농구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부족한 점이나 바라는 점을 많이 말씀해주세요.
Q. 남편(전 수구선수 유병진)은 옆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요?
남편이 제가 신한은행에서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라고요. 제가 위성우 감독님과의 스토리를 들려주니까 남편도 감독님만큼 잘 챙겨주시는 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해줬어요. 제가 우리은행으로 간다고 했을 때는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지지를 해줬어요.
Q. 우리은행 이적이 확정되고 가장 먼저 연락 온 선수는 누구였나요?
(김)정은 언니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어요. 언니도 한 팀에 오래 있다가 이적을 선택한 경우라 조언을 많이 구했죠. 팀을 옮긴다는 거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는데 언니가 처음에만 힘들고 시간 지나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최)이샘이, (박)혜진이도 연락이 왔어요. 이샘이는 같은 FA 신분이다 보니 서로 연락을 안 했는데 계약하고 나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혜진이는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고, 같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데 ‘나이 대 맞는 언니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신한은행에서 13번을 쭉 달았고, 대표팀에서는 23번을 많이 달았어요. 13번과 23번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13번이 비어있었다면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신한은행에서 달았던 등번호니까 미련을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은 언니가 이미 13번을 달고 있어서 전혀 생각을 안 했어요.
“무서웠던 위성우 감독님, 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휴가를 마친 우리은행은 6월 17일부터 2022-2023시즌을 향한 팀 훈련에 돌입했다. 김단비 역시 소집 첫 날부터 동료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그녀의 모습에 벌써 팀 적응이 끝난듯해 보였다. 위성우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 방식도 익숙하다고 한다. 오히려 김단비는 “감독님이 많이 변하셔서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Q. 이제 본격적인 팀 훈련이 시작됐는데요. 새로운 환경에서 훈련해보니 어떤가요?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일단 긴장과 걱정이 되더라고요. 몸도 안 되어 있고요. 1, 2주 정도 지나보니 조금씩 적응이 됐고, 몸 상태도 많이 올라와서 지금은 괜찮아요.
Q. 우리은행의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훈련이 워낙 힘드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막상 와보니 다들 너무 밝더라고요. 훈련이 힘든데도 분위기가 밝아서 좋았어요. 감독님도 밝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 화나시면 다운될 수 있지만요(웃음).
그래도 간간이 한 번씩 향수병이 오더라고요. 자고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15년 동안 한 팀에 있었는데 어떻게 금방 적응 되겠어요. 아직 완벽하게 적응됐다고 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Q. 위성우 감독의 훈련은 예전과 똑같이 힘들었나요?
감독님이 많이 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 돌변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세요. 우리은행 와서 훈련을 해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편하게 운동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력 있게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감독님이 하나를 하더라도 모든 걸 다 쏟길 원하셔서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몸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분명 힘든 날이 있겠지만 감독님께서 배려를 해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Q.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더 걱정됐을 것 같은데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오죽하면 첫 일주일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훈련하는데 속이 이상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큰 금액을 받고 팀을 옮긴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은 코트 안에서 보여줘야 하고요. 힘들더라도 다른 선수들보다 더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 제 몸이 될 수 있는 한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위해 노력할 거예요.
Q. 우리은행이 수비를 중요시 하는 팀인데요. 수비력이 좋은 김단비 선수가 잘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비를 안한지 오래돼서요(웃음). 공격을 주로 하다 보니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하고 있어요. 우리은행에서는 공격과 수비를 다 해야 되니까요. 혜진이가 ‘언니가 뚫려도 뒤에 우리가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내가 수비를 못하더라도 메워줄 동료들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제가 예전에 부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봤는데 주말부부가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요즘 떨어져 지내는데 남편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화하면 아는 형 만나서 술 마신다고 말하더라고요. 농담이고요. 지금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고 있어요. 새로 집을 구하는 대로 출퇴근 하면서 같이 살 계획이에요.
“KB스타즈? 붙어봐야 누가 더 강한지 알 것 같아요”
새 시즌 우리은행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김단비가 합류하면서 박혜진-박지현-최이샘-김단비-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이 완성됐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디펜딩 챔피언 청주 KB스타즈를 넘어야 한다. 우승반지를 원하는 김단비의 경계 대상 1호 역시 KB스타즈였다.
Q. 김단비 선수의 합류로 우리은행의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올 시즌 우승 자신 있나요?
‘내가 왔으니까 무조건 우승해야 된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KB스타즈를 괴롭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팀에 베테랑이 많다 보니 눈빛만 봐도 통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코트에서의 짬밥(?) 무시 못해요(웃음). 그래서 같이 경기 뛰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손발 잘 맞춰서 재밌게 뛰다보면 우승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주위의 기대감이 워낙 커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부담감이 있긴 있어요. 우리은행이 그동안 잘했던 팀인데 제가 와서 망가지면 어떡해요(웃음). 그래도 훈련하면서 느낀 건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면 될 것 같아요. 저도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해봐야 알지 않을까요. 진짜 붙어봐야 어느 팀이 더 강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수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지수를 얼마나 괴롭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Q. 현재 우리은행의 라인업을 봤을 때 김단비 선수가 박지수 선수와 매치업이 될 것 같은데요?
요즘 경기를 보니까 위로 띄워주면 수비가 아무것도 못하더라고요(웃음). 지수가 한 발 움직일 때 저는 두세 발 움직여야 되니까 당연히 힘들어요. 그래도 경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무조건 진다, 이긴다 이야기하기보다 뚜껑을 열어봐야 될 것 같아요.
Q. 그럼 우리은행이 KB스타즈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말 신기한 게 몇 번 같이 해보니까 서로 딱딱 맞더라고요. 조직력은 저희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연륜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노련미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포지션 중복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동의를 못하겠어요. 저, 혜진이, (박)지현이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신장이 엄청 크진 않은데 그렇다고 작지도 않아요. 스피드가 느리지도 않고요. 그래서 포지션 중복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맞춰 가면 되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Q. 김단비, 박혜진, 박지현 등 공을 가지고 하는 농구에 익숙한 선수들이 몰려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시즌에 1경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규리그 30경기에 플레이오프까지 있는데 WKBL이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편이에요. 30분씩 뛰어야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한 선수만 공격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살려주면 되는 거죠. 컨디션 좋은 선수를 살려준다고 해서 나머지 선수를 그냥 둘 순 없거든요. 만약 모두가 컨디션이 좋으면 패스 한두 번에 찬스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아프지 않고 코트에 서 있는 게 승리자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코트에 남아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꼭 마지막까지 코트에 있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정규리그 30경기는 다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못해서 못 뛰는 일이 없다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를 반겨주신 우리은행 팬들께 감사해요. 한편으로는 우리은행을 질투하는 팬들도 있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올스타에 뽑히지 못할까 봐요(웃음). 우리은행에서 재밌고, 즐기면서 뛰는 모습 보여드리면 팬들이 응원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새로 온 선수인 만큼 응원이 더욱 필요하니까 많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단비가 첫 월급을 신한은행으로 옮긴 이유는?
데뷔 15년 만에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은행 통장 개설이었다. 월급이 우리은행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 김단비는 “이적하고 우리은행 통장을 만들었다. 만드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굉장히 어색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월급 통장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신용카드, 휴대폰 요금 등 자동이체 계좌가 대부분 월급 통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케줄이 바빠 아직 자동이체 계좌를 다 바꾸지 못한 김단비는 우리은행에서의 첫 월급을 신한은행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월급 날짜가 달라 자동이체 계좌를 바꿔야 되는데 아직 다 못했다. 그래서 첫 월급을 받자마자 신한은행으로 옮겼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거의 다 바꾸긴 했다. 이제 몇 개 안 남았다”며 웃었다.
▼김단비 프로필
생년월일
1990년 2월 27일
신장
180cm
학력
산곡북초-부일여중-명신여고
드래프트
2007년 WKBL 신입선수 선발회 1라운드 2순위
# 사진_홍기웅 기자
[점프볼=조영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