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월·수·목·금 백종원…"식상하다" vs "대체불가"
기존 프로그램 2개에 신규 2개
글로벌 레시피, 식문화 소개 등
“대가·마스터 등 신격화는 문제”
“전문성·대중성 두루 갖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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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외국인들에게 한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백종원 클라쓰’(KBS2), 수·목요일은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선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2018~)과 지역 특산품으로 신메뉴를 개발하는 ‘맛남의 광장’(SBS, 2019~), 금요일은 글로벌 푸드의 인기비결을 짚어보는 ‘백종원의 국민음식’(JTBC).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있다. 제철 식자재를 찾아 떠나는 ‘백종원의 사계’(티빙) 여름 편과 한국 전통주를 조명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백스피릿’(넷플릭스)까지, 시청자들은 주 4일+@ 백종원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 중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제외한 4편이 지난달 말부터 차례로 시작한 새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을 간판으로 내건 프로그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KBS와 백종원의 첫 만남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백종원 클라쓰’는 그동안 백종원 출연 프로그램의 종합판이다. 세계 어디서든 다양한 식재료로 제대로 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수업을 표방한다. 요리가 서툰 ‘요린이’가 대상이란 점에서 ‘집밥 백선생’(tvN, 2015~2017)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2015~2017) ‘백파더’(MBC, 2020~2021) 같기도 하고, 한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한식대첩-고수외전’(올리브, 2018)과도 유사하다. ‘한식대첩’에서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파브리가 글로벌 한식 전파를 위한 도우미로 출연해 현지 쌀로 막걸리 빚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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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글로벌 푸드 편’이라는 부제처럼 돈까스·만두·햄버거 등 외국에서 왔지만 한국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음식 7가지를 다룬다. 과거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tvN, 2018~2019)가 해외로 음식 기행을 떠났다면, 반대로 국내에서 해외 음식의 발자취를 좇는 식이다. 한경훈 PD는 “당초 ‘양식의 양식’(JTBC, 2019~2020) 시즌 2를 만들려고 했으나 리스트업을 하다 보니 전 세계 음식 문화 속의 한식과는 콘셉트가 달라져 별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봄·여름·가을·겨울 편으로 나눠 공개되는 ‘백종원의 사계’처럼 ‘국민음식’ 도 시리즈로 진행한다.
‘한식 세계화’는 백종원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키워드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운영하며 최근 구독자 500만명을 돌파한 그는 지난해 초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구독자 중 해외 교민이나 외국인도 많다. 처음엔 한국 재료가 없어도 쉽게 한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셔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관광객에게 직접 음식점을 소개해주고 이분들이 각 나라 언어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더 많은 사람이 한식에 관심을 갖지 않겠냐”는 취지에서다.
올 초 중국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는 등 문화공정 논란이 일면서 한식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도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백종원 클라쓰’의 심하원 CP는 “2년간 섭외에 공을 들이며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원래는 해외에 나가 외국인들이 현지 재료를 사서 한식을 만드는 것을 구상했다 코로나19로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렵게 된 차에 문화공정이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레시피 쇼에 그치지 않도록 외국인들이 지방 산지에 가서 제철 재료를 구하고, 할랄 음식과 접목한 한식 메뉴를 개발하는 등 포맷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거대해진 ‘백종원 월드’를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의 3대 천왕’(SBS, 2015~2017) 등 백종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신선했지만, 이후 먹방·쿡방이 범람하고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면서 식상해졌다”고 지적했다. 더본코리아 대표인 백종원 스스로 요리사 아닌 요리연구가를 표방하는 상황에서 “요식업 종사자로서 간편한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것과 한식 전문가가 이를 전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선생님·대가·마스터 등으로 ‘신격화’함으로써 특정 업체에 대한 홍보 마케팅 효과가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종원 프로그램은 ‘골목식당’ 등이 한때 두 자릿수 시청률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는 4개 프로그램 모두 1~4%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요리연구가로서 전문성과 엔터테이너로서 재능을 겸비한 인물을 찾기 어려워 앞으로도 백종원 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박정배 음식평론가는 “평론가 중에도 요리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도 차이가 있고 식당을 운영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백종원은 양쪽 모두 경험이 풍부하다. 요즘 대중은 꼰대를 싫어하는데 쉬운 요리법과 표현으로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것도 강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분야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비교 분석하며 경험치가 쌓여야 하므로 젊은 천재가 나오기 힘들다”며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만큼 요식업 트렌드에 민감할뿐더러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농가를 돕는 ‘맛남의 광장’처럼 공익성도 추구하고 있어 대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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