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윙 '게임이냐 여친 톡이냐' 갈등하는 남자 보고 영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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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돌려야 하지?”
6일 출시를 앞둔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윙’에 대한 의구심은 딱 이 질문 하나로 요약된다. 메인화면과 보조화면이 포개져 있다가 ‘T’자 형태로 회전하는 방식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윙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MC사업본부 홍신태 책임(상품기획), 도상현 책임(하드웨어), 김찬수 실장(소프트웨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돌려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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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랴 카톡하랴, 바쁜 당신을 위한 폼팩터
지하철에 탄 청년이 스마트폰을 가로로 쥔 채로 게임에 푹 빠져 있다. 게임 중 수시로 울려대는 카카오톡. 지하철 밖 어딘가에 있는 여자친구가 그를 놔주지 않는다. 청년은 게임을 끄고 스마트폰을 세로로 돌려잡아 여자친구에게 대답한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메시지는 좀처럼 끊이지 않는다. 수차례 폰을 가로에서 세로로 돌리면서 게임을 끄고 답장을 반복하던 청년이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읊조린다. “거, 말 되게 많네.”
겹쳐진 화면을 회전시켜 T자로 만드는 LG윙의 ‘스위블 모드’(swivel mode)는 이 이름 모를 청년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홍 책임은 “기획부서 회의에서 한 직원이 관찰한 이 청년 이야기가 나왔고, 여기서 스위블 모드 기획이 시작됐다”면서 “게임이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사용할 때는 가로가, 채팅이나 메시지를 받을 때는 세로 모드가 편한데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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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서만 쓰는 폰’ 아닌 ‘필요시 돌려쓰는 폰’
홍 책임은 “LG윙이 기획될 당시 내부에서도 ‘굳이 이런 폼팩터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편의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이 공개된 후 ‘T’자 모양을 빗대 ‘십자가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위블 모드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평상시에는 무난한 일반폰처럼 사용하다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 같은 꼭 필요한 순간에 스위블 모드로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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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LG윙은 화면을 겹쳤을 때 두께(10.9㎜)와 무게(260g)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얇고 가볍다. 일반폰 보단 다소 크고 무겁지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복합 경량화 소재인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외형과 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 구멍 내 전체 무게를 줄이는 타공 기법을 사용한 덕이다. 도 책임은 “내구성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최대치로 무게를 줄였다”면서 “회전하는 기계 구조상 방수가 어렵지만, 내부 방수코팅을 해서 IP54 등급(생활방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사용시에 받는 충격에 대해 일반 스마트폰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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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의 기준, 스펙 보다는 사용성에 있다?
LG윙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주로 중상급 기종에 들어가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G가 탑재됐다. 홍 책임은 “프리미엄폰의 기준이 단순히 어떤 칩셋이 들어가느냐가 아니라고 봤다”면서 “스위블 모드의 멀티태스킹, 짐벌모드와 같은 강력한 동영상 촬영 기능 등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사양으로 꽉꽉 채울 경우 가격이 너무 높아져 소비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LG윙의 출고가는 109만8900원이다. 이형(異形) 스마트폰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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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윙의 또다른 숙제는 앱 생태계 구축이다. LG전자는 LG 윙을 공개하기에 앞서 네이버ㆍ투비ㆍ레이브ㆍ픽토 등과 협업해 3.9인치 보조화면에 최적화된 앱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런 앱들이 훨씬 많아져야 소비자들이 LG윙의 편의성을 크게 느낄 수 있다. 김 실장은 “네이버나 구글뿐 아니라 다양한 업체와 이미 협업이 진행 중이라 사용가능한 앱의 종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디벨로퍼 가이드를 홈페이지 올려둔 상태라 LG윙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다양한 앱들이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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